비염 - 알레르기성, 감염성, 혈관운동성 비염이 주류
동장군이 위용을 감추고 따스한 봄기운이 두꺼운 외투 속에 움츠리고 있던 우리에게 따뜻한 봄의 햇살을 맞으라고 유혹을 합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계절에 불청객이 있으니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을 동반한 비염입니다.
흔히들 비염이라고 하면 불치병이라고 여기고, 알레르기비염, 혈관운동성 비염, 감염성 비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비염이 이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 뿐 아니라 일선에서 비염을 진료하는 의사들 사이에서조차 혼용되어 적절한 진단과 이에 따른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그러면, 기분 좋은 봄철, 우리를 괴롭히는 비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대체 비염은 무엇을 의미하고, 코감기랑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요?”
이와 같은 질문은 콧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비염(鼻炎)이란 말 그대로 콧속 점막의 염증을 뜻합니다. 대개 코 점막의 자극이나 염증반응에 의해 생기는 콧물, 간지러움, 재채기, 코 막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며 때로 눈이 가려울 때도 있습니다. 대개 3주 이내로 증상이 그치면 급성 비염, 그 이상 지속되면 만성 비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급성 비염은 감염이나 화학물질의 자극 등으로 오며 감기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만성 비염은 알레르기 또는 그 밖의 다른 많은 원인에 의해 올 수 있습니다.
코 안의 점막은 정상적으로 점액을 분비하는데 먼지, 꽃가루, 각종 공해 물질,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여기에 걸리게 됩니다. 점액은 코 전방부에서 목 쪽을 향하여 흐르게 되는데 점액 생산이 과다할 때에는 콧물이 되어 앞으로 흘러나오기도 하고 목뒤로도 넘어가는데 목뒤로 넘어가는 것을 후비루라고 합니다. 정상적인 점액은 맑고 투명하며 비교적 엷은 점도를 갖고 있는데 감염, 건조함, 대기오염 등으로 인하여 진해지거나 색깔을 띠게 됩니다. 후비루가 심할 때에는 이 안에 포함된 자극성 성분으로 인해 자연 방어적으로 기침이 나오게 되는데, 후비루와 기침이 있으면 흔히들 부비동염(축농증)을 생각하지만 비염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후비루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게 되는 비염의 종류를 이해하기 쉽게 분류하자면, 알레르기비염, 감염성비염, 그리고 혈관운동성비염이라고도 하는 비(非)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습니다. 알레르기비염은 특정 항원물질에 과민한 소인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서 해당 물질에 코점막이 노출되었을 때 과민한 염증반응을 보여 발작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그리고 코막힘 등을 나타내는 질환입니다. 감염성비염이란, 대게는 바이러스가 코점막을 포함한 상기도에 감염되어 비염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감기로 인한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이와 별도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비염의 형태가 혈관운동성비염으로, 알레르기 또는 감기와 무관하게 알레르기비염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로, 알레르기반응검사에서 원인 항원이 발견되지 않고 매연, 먼지, 황사, 각종 화학물질, 또는 습도나 온도 등의 기후변화에 코점막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이 앓고 있는 비염의 종류와 각각의 차이 정확하게 파악을 해야 이에 따른 정확한 관리나 치료를 할 수 있을뿐더러 향후 해마다 봄마다 여지없이 찾아오는 훼방꾼을 막으려면 더더욱 이들을 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알레르기비염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특정 원인 물질(이를 알레르기 항원이라고 합니다)에 대해 알레르기 소인을 갖고 있는 환자가 이 원인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머리가 흔들릴 정도로 재채기를 하고, 코에 수도꼭지를 달아놓은 듯 수양성 콧물이 쏟아지며, 양측 코가 막히는 알레르기비염의 3대 증상을 동반하게 됩니다. 때로는 코와 눈이 몹시 가려운 증상이 함께 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알레르기비염의 가장 흔한 원인 물질은 집먼지진드기입니다만 봄에 날리는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엔 봄마다 비염과 관련된 증상이 찾아오거나, 기존의 비염 증상이 봄에 악화될 수 있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반듯이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아보고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료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면, 봄마다 찾아오는 증상을 환절기 감기로 오인해서 적절한 치료와 알레르기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알레르기 정밀 검사를 통해 원인 물질이 봄에 날리는 꽃가루로 확인되는 경우, 해당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를 미리 알 수 있으므로, 그 시기엔 산행을 삼가거나,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의 조치로 비염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적절한 치료를 통하여 편하게 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환절기 감기로 인한 감염성비염을 알레르기비염으로 오판하여, 필요하지도 않은 알레르기약을 잔뜩 복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알레르기비염의 치료약물이 감염성비염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단순한 코감기를 알레르기비염으로 평생 잘못 알고 스스로에게 알레르기질환의 낙인을 찍어버리면 곤란하겠습니다. 감염성비염은 많은 경우에 있어서 콧물이 끈적끈적하고 기침, 몸살 등의 다른 감기증상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서 알레르기비염과 감별되지만 알레르기비염과 증상과 진찰소견마저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봄철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비(非)알레르기성 비염도 감별해야 합니다. 비(非)알레르기성 비염은 흔히 혈관운동성비염이라고도 합니다. 통상적으로 혈관운동성비염은 매연, 먼지, 황사, 각종 화학물질, 또는 습도나 온도 등의 기후변화 등의 자극에 의해 알레르기비염과 거의 동일한 증상이 유발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황사에 의해 봄에 많은 환자를 괴롭히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황사예보를 잘 확인하여 황사주의보가 발령되면 외출을 삼가는게 이를 위한 예방에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알레르기비염과 증상이 너무 유사하기 때문에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검사를 해보기 전에는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봄바람과 꽃내음이 가득한 봄철의 훼방꾼으로 찾아올 수 있는 비염엔 여러 종류가 있으며, 각기 치료나 관리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 질환에 적합한 치료와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봄철의 비염,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일 수도, 환절기 코감기일 수도, 그리고 황사 등에 의한 혈관운동성 비염일 수도 있습니다. 콧물, 재채기, 그리고 코막힘 등으로 인한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작정 비염 관련된 약을 복용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고생하지 말고 전문의의 정확한 진찰과 처방을 받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글_송창은 교수(관동의대 명지병원 이비인후과) <문의 : 이비인후과 031) 810-6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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