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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숲속 검진센터 - 명지병원 숲마루

안청장 2012. 9. 13. 09:24

 

병원이 숲을 품다

폭포와 시냇가, 숲 속에서 산림욕하며 건강검진

관동의대 명지병원 건강보험검진센터 '숲마루'

그린 &에코 의료서비스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


초록 이끼가 붙어있는 벽천에서 시원스럽게 떨어진 폭포수는 속새와 물양귀비 사이를 휘돌아치며 작은 시내로 흐르고, 끝없이 이어지는 메타세콰이어 숲으로 시작된 정원에서는 문조와 카나리아 한 쌍이 쉴 새 없이 노래한다.

제주에서나 볼 수 있는 화산석이 깔린 편백나무 숲길을 걸으며 피톤치드 산림욕을 즐기다 보면 저절로 건강해 지는 느낌이 든다. 천정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과 통창을 통해 실려 오는 바람과 걷노라면 영락없는 수목원이란 생각이 들지만, 이곳은 병원의 건강검진센터이다.

병원이 숲을 품은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관동의대 명지병원(병원장 김세철) 5층에 위치한 건강보험검진센터이다. 이 곳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40세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는 일반검진과 암검진 등 이른바 무료검진을 받는 곳이다.

660㎡(200평) 규모의 검진센터는 인테리어를 위해 나무나 돌을 심어놓은 것이 아니라 수많은 나무와 돌, 식물로 이뤄진 진짜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숲마루’로 지었다.

 



피톤치드가 풍부해 면역력과 심폐기능을 향상시켜준다는 편백나무 31주를 비롯하여 제주나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후박나무, 메타세콰이어, 낙우송, 금목서, 배롱나무 등 모두 20여종 100여주의 치유목이 심어져 있다.

 

또 산수국과 천리향, 백정화, 꽃댕강나무, 넉줄고사리 등 20여 종의 야생식물과 관엽식물이 검진센터를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 또 자연석으로 앙증맞게 조성된 연못과 계류를 따라 노랑어리연과 물양귀비, 속새, 사초, 물칸나 등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어 시냇물의 자정을 돕는다.

 

이와 함께 검진자들이 쉬거나 대기하는 자연목 벤치 주변에는 라벤더, 헬리오트로프, 자스민 등의 향기를 뿜는 허브가 심어져 있어 살균과 항균효과는 물론 호르몬 조절과 스트레스해소, 정신적 안정 효과를 가져다준다



산석을 이용, 벽천을 수직으로 쌓아올린 폭포와 시냇가 습지에는 어김없이 이끼와 풍란을 비롯한 습생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병원을 찾는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자연학습장이며, 환자들에게는 정신적 신체적 안정과 치유를 돕는 치유의 공간인 셈이다.

 

오솔길로 꾸며진 검진센터의 통로는 제주에서 공수한 부정형의 화산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가장 트렌디안 실내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Green Wall 이미지의 버티컬 가든은 공기정화 작용을 하는 넝쿨식물을 식재, 정서적 안정감은 물론, 자연스러움과 함께 단열과 소음저감 효과도 얻고 있다.

‘숲마루’의 천정은 유리로 된 개방형으로 자연채광을 통한 조도 조절과 겨울철 난방 효과는 물론이고 실내에서도 푸른 하늘을 마음껏 올려다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뿐만 아니라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바람은 신선한 공기로 숨쉴 수 있는 상쾌함과 함께 여름철에도 냉방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숲 속 나무 그늘에는 원목으로 된 벤치와 나무의자들이 곳곳에 마련돼 있어 검진 대기자들이 편안하고 건강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건강검진을 받아야하는 이곳에 환자복 차림의 입원환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환자들이나 건강검진자들은 자연의 숲속에서 쉬며 검진을 받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구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맞은편에 위치한 50만 원대의 종합건강검진센터 보다 훨씬 잘 꾸며진 이유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료 암검진을 받으러 온 안영애씨(54, 고양시 식사동)는 “보험공단 검진 통지서를 받고 왔다가 잘못 찾아왔는줄 알고 되돌아 나갈 뻔 했습니다. 숲 속에서 건강검진을 받다보니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면서도 너무 좋은 시설에 “그저 어안이벙벙할 뿐”이라고 말했다.

 

관동의대 명지병원 김세철 병원장은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주민들이 찾아오는 건강보험공단검진센터를 우리병원의 대표적인 명소로 꾸며, 환자들에게 전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에서 혁신적인 투자를 하게 된 것”이라며 “환자의 경험이 미래를 향한 최고의 마케팅이란 점에서 건강을 위해 찾는 병원에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는 녹색 친환경 공간을 조성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 &에코 호스피털(green &eco hospital)'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이다. 싱가포르 쿠 텍 푸아트 병원이 대표적인 예로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병원 안에 대형 나무숲과 폭포를 조성해 새와 나비를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지병원이 에코(eco·친환경)병원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특히 다른 병원에서는 관심 밖에 있는 정신과 병동과 암센터의 항암주사실에 그린 &에코 디자인을 적용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해마루라 명명한 정신과 입원병동은 이 병원에서 햇살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마치 휴양지의 펜션 같이 통유리의 녹색 정원에 파묻혀 있다. 항암주사실 역시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의 정원에서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친환경 치유의 공간으로 예술치유센터에서 선정한 치유음악과 아로마 향이 긴장과 불안감 이완을 돕는다.

 

의료전문가들은 “환자들을 자연 속 치유 환경에 놓이도록 하는 것이 미래 병원의 주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러프버러 디자인대학의 전규찬 교수는 “헬스케어에서 서비스디자인 개념이 도입되는 것은 필연이며, 빠른 시일 내에 지금의 QI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진단과 치료라는 똑 같은 의료서비스의 과정만으로 환자들에게 어필할 수만은 없는 시대가 됐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경험한 것이 무엇인지, 또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공감하고 환자들의 생각대로 먼저 변화하는 병원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명지병원에서 이미 시작된 놀이동산처럼 꾸며진 소아전용응급센터, 펜션 같은 정신과 해마루병동, 암 환자의 취향과 치료 분야에 맞춰 조명과 음악, 동영상이 바뀌는 방사선치료실, 장시간 소요되는 함암주사 환자들에게 친환경과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를 지급하는 일 또한 혁신적인 의료서비스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관동의대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의 이 같은 환자중심의 의료서비스 혁신은 ‘환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해주겠다’는 명확한 '의료 이데올로기'가 내포된 ‘환자 제일주의(第一主義)’ 미션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역주민들과 환자들에게 치유의 숲으로 통하는 이곳 ‘숲을 품은 검진센터’와 같이 상식을 뛰어 넘는 혁신을 바탕으로 한 변화의 물결이 미래 병원의 주요 모델이 될 것으로 내다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