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넥타이 매고 진료하는 대학병원 교수
감염예방과 환자 존중의 표시로 ‘재킷 가운과 보타이’ 착용
관동의대 명지병원, 전 의료진 대상 ‘감염 제로’ 위한 드레스 코드 시행
대학병원 교수들이 권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긴 가운과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짧은 재킷 형태의 가운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환자 앞에 섰다.
관동의대 명지병원(병원장 김세철)은 병원 내 '감염 제로’ 실현을 위한 ‘Clean & Safe' 운동의 일환으로 최근 전체 교수가 나비넥타이를 착용하는 ’버터플라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명지병원 ’버터플라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교수직을 비롯한 전공의, 간호사, 의료기능직, 행정직 등 전 직종에 걸쳐 '감염예방과 환자존중’을 상징하는 새로운 ‘드레스코드’(Dress Cord)를 일제히 적용한 것이다.
특히 교수 전체가 병원감염의 주 요인으로 지적돼 온 긴 가운과 넥타이를 과감히 벗어던졌다. 대신 기존 보다 40cm 이상 길이가 짧아진 양복형태의 심플한 재킷 가운과 나이넥타이(보타이)를 착용하고 진료에 나섰다.
기존에도 짧은 가운을 입는 병원과 일부 또는 권고사항정도로 보타이를 매는 병원이 몇몇 있기는 했지만, 전체 교수가 보타이를 의무적으로 매는 드레스코드를 실시하는 것은 명지병원이 처음이다.
명지병원 김세철 병원장은 “보타이는 환자에 대한 정중함과 친근감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외형적 장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제일주의’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상징”이라고 밝혔다.
한국의료QA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세철 병원장은 교수들의 보타이 드레스 코드 적용을 위해 긴 가운과 넥타이의 감염 위험을 지적하는 연구논문을 일일이 찾아 제시하며 교수들을 설득했다. 고참 교수들이 많은 임상과장회의에서의 격론 끝에 보타이 착용을 전체교수회의에 회부키로했으며, 전체교수회의 전격적인 합의로 ‘드레스 코드’를 확정할 수 있었다.
이 병원 신혁재 교수는 “교수들이 오랫동안 입었던 긴 가운을 벗는 것도 어색한데, 연예인이나 패셔니스트들이 착용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보타이를 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며 “감염예방과 환자에 대한 존중감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명지병원은 교수들의 드레스 코드 적용에 앞서 이미 전공의와 간호사, 의료기능직에 대해서도 길이가 긴 가운이 아닌, 활동성이 강조된 변형 수술복 형태의 근무복을 착용토록 하는 드레스 코드를 적용해 왔다.
의사들의 하얗고 긴 가운은 항균과 청결을 상징하는 동시에 역사적으로 권위를 보여주는 것으로,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기를 거부하는 일종의 의사들의 고유 영역표시의 한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청결과 항균의 상징인 의료진의 흰색 가운의 긴 자락과 전문성과 격식을 말해주는 긴 넥타이가 바로 병원 내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제기되면서 의사들이 가운의 길이와 넥타이를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 2004년 뉴욕병원 퀸스메디컬센터는 의사 및 의대생 40명, 경비원 10명의 넥타이의 감염을 비교한 결과, 의사 50% 세균 검출, 경비원에게서는 단 1개만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미국 코네티컷병원은 의사가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에 감염된 환자의 병실에 들어갔을 경우, 환자와 직접 접촉을 하지 않더라도 의복에 병원균이 옮겨간 경우가 70%에 달했다는 연구결과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지난 2008년 보건당국이 박테리아가 묻은 의료복을 통해 병원 내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의사들에게 넥타이와 긴소매 옷의 착용을 제한하기도 했었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09년 H의대 연구팀이 의사 가운 28개와 넥타이 14개를 검사한 결과 병원 감염의 최대 주범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가운 7개에서, 넥타이 1개에서 검출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 같은 연구결과와 주장에 따라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새 의사들의 가운 길이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의료원 산하 병원 등 몇몇 대형병원들이 이미 교수들의 가운 길이를 기존보다 40cm 정도 짧은 재킷형으로 교체했다.
또 최근 고대안암병원에서는 교수들에게 감염예방차원에서 보타이를 착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병원 퀸스메디컬센터 보고에 따르면 “환자가 의사 앞에 앉았을 때 의사의 넥타이는 채치기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할 정도로 긴 넥타이는 감염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환자 앞에 노타이 차림으로 선다는 것은 환자에 대한 예의에 벗어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에 이르렀고, 결국 보타이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명지병원은 가운과 넥타이의 길이를 줄이는 일을 단순히 ‘드레스 코드’의 정비 차원이 아닌 감염으로부터 환자를 지켜내는 ‘환자의 존엄성’을 천명하는 중요한 혁신의 계기로 삼고자 최근 많은 교수진이 참석한 가운데 병원 로비에서 ‘버터플라이 프로젝트' 출범식을 가졌다.
한편,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온 명지병원의 ‘Clean & Safe'캠페인은 수술실과 병실은 물론 외래진료실을 포함한 병원 전반에 걸쳐 철저하게 실시되고 있다. 특히 30여 명의 암행어사가 ’마패‘를 차고 원내 전반의 클린&세이프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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