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사는 행복

삼락이야기

통영의 맛

안청장 2008. 5. 7. 08:44
푸른 바다의 즐거운 유혹

“한려수도의 중심 통영에서 즐기는 맛의 향연”

고추가루로 양념을 한 생굴회무침_여행작가 정철훈


통영에서 굴은 ‘꿀’이다. 발음도 그렇고 맛도 그렇다. 발음은 진짜 꿀(honey)과 구분이 되질 않는다.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완전식품, 굴. ‘어부 집 딸은 까매도 굴집 딸은 하얗다’는 통영의 옛말처럼 과학적 분석이 없었던 옛날에도 통영 사람들은 굴의 효용과 가치를 이미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꿀떡 꿀떡 잘도 넘어가는 통영 굴은 찬바람이 매서운 지금이 제철이다.
통영 굴 맛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상에 오르는지 아는 게 우선이다. 먼저 바다로 나가보자. 굴 농장은 통영 앞바다에 말 그대로 널려있다. 항구에서 10분 정도만 배를 타고 나가도 주위로 굴 양 식장이 줄줄이 연이어진다. 통영에서는 수하식으로 굴을 양식하는데 수하식이란 물속에 길게 늘어뜨린 줄에 포자를 붙여 키우는 방식으로 수하식으로 양식되는 굴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어선 외에 ‘뗏목’이 라 부르는 바지선이 필요하다. 어선에 연결된 뗏목에는 굴이 달려 있는 줄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굴 채취기가 실려 있고, 이 채취기를 이용해 굴을 끌어올리게 되는 것이다.


굴채취기를 이용해 굴을 채취하는 모습 바지선에서 채취한 굴을 육지 작업장으로 옮기고 있다


양식장에서 채취한 굴이 육지로 옮겨지면 다음은 굴 까기 작업이 기다린다. 대부분의 작업장에선 30~40 여 명의 아주머니들이 굴 까기 작업에 동원된다. 하루 꼬박 10시간 이상을 서 있어야 하는 고된 작업이 다. 하지만 굴 까기 작업은 통영주민들에게 더없이 중요한 수입원이다. 굴 까기 작업장은 통영에만 300 여 곳이 있고 여기서 일하는 여성은 줄잡아 1만 명. 세 집 걸러 한 집이 굴을 까서 돈을 번다고 하니 그 규모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굴 까기 작업장은 용 남면 동암마을 일대에 많이 모여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굴 까지 작업에서 통영 굴 맛의 비결을 찾을 수 있다는 점. 통영 굴 맛의 비밀은 굴이 오래도록 살아 있어 그만큼 신선하기 때문인데 그 비결이 굴 까는 기술에 숨어있다. 통영에서는 굴 까기 작업에 갈고리 대신 작은 칼을 사용되는데, 이때 칼로 굴의 패주(굴과 껍데기를 연결 하는 질긴 근육)만을 잘라내기 때문에 굴의 몸체에 상처를 내지 않고도 껍질에서 생굴을 분리해 낼 수 있고, 그만큼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굴까기 작업이 한창인 작업장 굴수협에서는 매일 두 번씩 굴 경매가 진행된다


이렇게 작업된 생굴은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이하 굴수협)으로 옮겨져 경매에 붙여진다. 낮 12시 경 남 통영시 동호항에 자리한 굴수협 공매장 입구는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든 차량들로 긴 줄이 만들 어 진다. 굴수협 직원들의 발걸음도 어느 때 보다 바빠지는 시간이다.
12시 30분, 경매가 시작되면 경 매장 한 켠을 가득 메운 30여 명의 중매인들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진다. 외투 속으로 깊숙이 찔러 넣은 손이 순간순간 잽싸게 움직이고 경매인의 흥을 돋우는 목소리도 한층 높아진다. 치열했던 1차 경 매는 그렇게 1시간 여 만에 끝이 난다. 제각각의 가격에 낙찰된 굴들은 새 주인의 차로 옮겨져 다시금 공판장을 빠져나간다. 통영 굴수협에서는 하루에 두 번(오후 12시와 6시) 굴 경매를 실시하는데 이곳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굴의 양은 100여 톤에 이른다.


수하식으로 양식하는 통영굴은 그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 하다_여행작가 정철훈


굴 천국 통영에서는 굴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도 만나볼 수 있다. 굴전, 굴밥, 굴칼국수는 물론 굴을 넣은 라면까지 있다. 하지만 통영 굴의 제 맛을 느끼고 싶다면 역시 생굴로 먹어보는 게 최고. 갓 건져 낸 굴을 체에 담은 상태로 수돗물에 흘려 표면의 소금기만 제거한 뒤 아무런 양념 없이 한입 먹어보길 권한다. 그렇게 먹어봐야 입 안 가득 번지는 향긋한 굴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생굴만 먹기가 부담스 럽다면 새콤달콤한 초장에 찍어 먹는 생굴 회도 괜찮다. 생굴을 찍어먹는 초장으로는 통영사람들 즐겨 먹는 고운 고춧가루로 만든 초장이 좋을 듯. 텁텁한 고추장 보다는 칼칼한 고춧가루가 상큼한 굴 맛을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굴요리 전문점으로는 통영유람선터미널 옆 나폴리회식당(055-646-0055)과 무전동의 향토집(055-645- 4808)이 유명하다.


박신작업이 끝난 굴껍질은 분쇄기를 통해 가루로 만들어 진다_여해작가 정철훈


통영에는 굴 외에도 먹을거리가 많다. 통영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로는 역시 충무김밥을 첫 손 꼽을 수 있다. 중앙시장 옆 도로변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충무김밥 집이 있다. 통영의 충무김밥 맛은 대체로 상향평준화 되었다는 게 중론. 그래서 어느 집을 선택하든 크게 실망할 일은 없다.
서호시장 안에 위치한 원조시락국(055)646-5973)도 한번쯤 찾아볼 만하다. 바닷장어로 푹 고아 우려낸 육수에 된장을 풀어낸 국물 맛이 일품인 이 집은 장장 5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통영의 전통 맛집이다. 이외에도 통영여객터미널 앞 남옥식당(055-643-2551)의 복국도 통영여행에선 놓칠 수 없는 맛집으로 통한다.

((여행정보))
▷ 찾아가는 길
대전-통영간고속도로 통영IC로 진입. 통영방면 14번 국도를 따라 통영시청을 지나면 태평동, 중앙동이 이어
지고 다음이 동호동이다.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은 동호동 끝자락에 위치한 동호항에 자리해 있다. 동원
아파트 맞은 편.
굴 작업장이 모여 있는 용남면 동암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에서 14번 국도를 거슬러
미늘삼거리에서 통영옻칠미술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면 동암마을로 이어지는 용남해안도로를 만날 수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