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사는 행복

삼락이야기

중국 샹그릴라

안청장 2008. 4. 22. 12:19



힘들었던 여정이 끝났다. 그리고 서로에게 물었다. 우리가 본 수많은 풍경과 사람과 그리고 하늘들. “과연 그 중 무엇이 ‘샹그리라’일까?”며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누구도 무엇이 샹그리라라고 단언하지 못한 채 여행을 마쳐야만 했다. 어쩌면 샹그리라는 우리가 살아오는 내내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었을 뿐…

 

두려운 여행의 시작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가 중국 청두에 도착했다. 성도에서부터 이번 샹그리라 여행은 시작된다. 저녁 청두에 도착 후 장족 식 저녁식사 후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내일부터 시작될 여행이 기대되는 한편 두렵기도 하다. 고산에 오른 적은 있지만 내일 5일 간을 차를 타고 고원지대를 여행해야 하는 이번 여행을 버틸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내심 크다. 

다음날 이른 아침, 호텔 앞에는 캠핑카와 짚차가 나란히 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짐을 싣는 동안 청두 시내의 아침 풍경을 잠시 감상한다. “어~ 참 깨끗한 중국이네”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본 중국의 아침 풍경보다는 훨씬 더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이다. 중국의 서부 끝자락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난다. 가보자! 이제 출발이다.

한 2시간쯤을 달리자 ‘야안’에 도착했다. 야안은 티벳으로 통하는 천장공로와 윈난(운남)을 향하는 도로가 만나는 요충지이자 과거 차 재배지로서 차마고도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도착하자 옛 모습 그대로 차를 만들어 운반하는 모습을 커다란 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잠시 이곳에 멈춰서서 예전의 모습을 상상해 본 뒤 다시 차를 달려 ‘칸딩’을 향한다.

 

터널을 지나면 티벳이 보인다

칸딩에 도달하기 전 해발고도 2020m에 있는 길이 4718m의 얼량산 터널(이량산)을 지나야 한다. 이 터널을 지나면서 이전과는 다른 본격적인 동티벳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티벳고원의 동쪽 끝자락에서도 티벳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은 그 기세를 잃지 않은 채 도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칸즈장족자치구가 시작된다. 칸즈장족차지구는 중국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드디어 티벳의 땅에 도착했다. 

우리가 찾아가는 칸딩(康定)은 해발고도 2600m에 자리 잡은 장족(티벳족)의 도시로서 중국이 티벳을 침략하기 전까지는 티벳과 중국의 국경 도시로서 역할을 하던 곳이다. 쓰촨성(사천성) 서부 칸즈장족자치구의 주도로서 행정과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한 곳이다. 티벳족(중국에서는 장족이라고 표현한다)에는 여러 계통의 부류가 있는데 신체골격이 유난히 건장하고 풍류가 많은 부족 중 하나가 바로 칸즈장족이다. 

특히 칸딩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한족문화를 투입해 기존의 티벳문화를 말살시키려 한 티벳과는 달리 포용정책을 통한 융화적인 정치를 도입한 곳으로 이곳의 현지인들조차 “티벳보다 더 티벳다운 곳, 티벳의 문화를 오히려 더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고 칸딩을 평하기도 한다. 

특히 이곳 칸즈장족들은 장족들 중에서도 풍류를 좋아하고 건장하고 술을 잘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일행을 반기는 행사가 장족식 바에서 펼쳐졌는데 함께 한 칸즈장족자치구의 공무원부터 관계자들까지 일단 술잔을 들고 일행을 한 바퀴씩 쭉~ 돈다. 술을 따르고 술잔을 비워 상대에게 보여주고 또 옆 사람에게 가서 반갑다고 환영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친근하다. 

술뿐만이 아니다. 이들에게 있어 노래와 춤 또한 빠질 수 없다. 함께 무대로 나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기쁜 시간을 함께 한다. 


 

칸딩의 아침 풍경

다음날 아침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보통 고산증세는 해발고도 3000m가 넘어서야 오는데 2600m라는 높이도 숙면에는 다소 방해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날이 단지 시작이었을 줄은 그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후 숙소가 해발고도 3000m를 넘어서면서는 새벽에 3~4번씩 깨는 것은 기본이고 머리가 아프고 띵해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는 것이 고산증세의 기본이다. 보통은 하루이틀 고생하면 적응이 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쉽사리 적응되지 않아 고생을 많이 하는 경우도 있다. 

여하튼 이른 아침 잠에서 깨, 칸딩 시내를 산책하기로 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차들도 없고 조용하다. 그래도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연 식당에는 사람들이 앉아 아침식사를 즐기며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중국식 아침을 즐기는 사람과 티벳식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 모두를 볼 수 있다. 

중국식은 작은 가게에서 만두와 국물로 먹는 방식이고 티벳식은 길거리에서 파는 티벳식 빵을 사다가 집에서 차와 함께 먹는 식이다. 맛이나 볼까 하고 빵을 하나 사서 돌아왔다. 특별한 맛이 있다기 보다 차와 함께 먹으면 담백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빵인데 그다지 부드럽지는 않지만 씹다 보면 고소하고 담백해 점차 그 맛을 즐기게 된다. 곡식재배가 어려운 티벳의 환경이 빵에서도 전해진다고나 할까? 아니면 거친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생활방식이라고나 할까?

 

 

고산증세에 취하다

칸딩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뒤로 하고 본격적인 차량이동이 시작됐다. 이제부터 차의 머리는 계속해서 하늘을 보고 달리기 시작한다. 차선도 이정표도 그리고 신호도 없는 차선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구름 속을 거치고 나가기 시작한다. 해발고도 2600m에서 출발한지라 차는 곳 3000m, 4000m를 지난다. 

점차 숨이 가빠오기 시작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지고 힘이 들어간다. 크게 숨을 들이마셔 보지만 가슴 속으로 유입되는 산소의 양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달리기를 한참, 이윽고 차가 저둬산 정상에 도착했다는 신호가 왔다. 

차에서 내려 걸음을 옮긴다. 어! 걸음이 이상하다. 아마 우주에서 걷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발걸음이 무거운 것은 물론이고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 몇 걸음 걷자 이내 숨이 차 고통스럽다. 헉헉. 입을 열고 큰 숨을 내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다르쵸’가 휘날리는 산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선 10분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고통스럽지만 참기로 한다. 해발고도 4289m에서 고통을 잘 참아내야 이번 여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다는 자기암시와 함께 과연 저 끝에선 무엇이 보일까? 하는 호기심이 더욱 배가됐기 때문이다. 


 

 

구름을 지나 하늘이 있어야 할 자리엔...

그리고 그곳에서 보았다.
산을 둘러싼 구름을 뚫고 굽이굽이 산길을 달려 오르자, 거짓말처럼 또 다시 드넓은 산과 고원이 나타났다. 강한 바람에 흔들리는 다르쵸(티벳불교의 경전이 적힌 깃발)가 이곳의 신성함을 말해준다.
구름이 지나 하늘이 있어야 할 자리에 또 다시 산이 있었다.

바람이 분다. 다르쵸가 휘날린다. 또 바람이 분다. 강한 바람의 냄새가 귓가를 스치고 고원의 태양이 추위를 잊게 한다. 저 다르쵸가 품고 있는 소원들이 저 바람을 타고 하늘로 하늘로 오르고 있을 것만 같다. 구름이 바람을 따라 흐르고 그곳에는 신기(神氣)만이 흐르는 듯하다. 

★ 오직 내려가는 수밖에-고산증세

고산증세를 완화시키기 위한 약과 산소가 이 지역 여행에는 필수품이다. 먹는 약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사진에서 보는 약은 액체로 된 고산증세 완화약이다. 더불어 기다란 산소통도 구입할 수 있는데 실제 큰 효과를 보는 것은 어렵다. 고산증세가 심해지면 다른 방법은 없다. 그저 고도를 낮추는 일이 최선의 대안이다. 이번 여행 동안 일행들 중 많은 이들이 이 약을 먹고 산소를 마셨지만 딱히 나아졌다하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증세를 다소 완화시켜 줄 뿐이다. 하지만 안 먹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여행에 지참하면 좋다. 그리고 하나 더 평소 건강상태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평소에 건강하다고 해서 꼭 고산증세를 겪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고산증세는 그만큼 평지에서는 겪기 힘든 증상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가기 전에 감기 등의 증세가 있다면 역시 여행 전 감기를 떨고 가는 것이 좋다. 




 

 

평화로운 초원의 땅

칸즈지역에서도 사진작가와 화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한 곳이 바로 신두교다. 평화로운 초원과 고원들의 언덕, 그리고 하늘이 맞닿은 이곳에서는 하늘을 고원이라 말하고 땅을 하늘이라 말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때마침 이곳에서 타고 가던 짚차의 바퀴에 펑크가 났다. 이런이런. 미안하지만 타이어 교체는 운전사에게 맡겨 두고 카메라를 챙겨들고 주변을 돌아본다. “평화롭다”는 말로는 표현이 쉽지 않다. 샹그리라가 이상향을 뜻한다고 했던가? 이곳에서는 그 어떤 표현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한 소년이 다가왔다. 평화로운 초원 위에서 느끼는 ‘거친’ 그의 표정이 무언가를 말하는 듯하다. 그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리고 셔터를 눌렀다. 다소 피하는 가 싶더니 가만히 서있다. 초원의 평화로움 속에서 그의 표정은 놀란 화난 야크와도 같다. 이윽고 카메라를 내리자 그가 손을 내민다. 돈을 달라는 것이다. 순간 허무하다. 

초원 위를 부는 강한 바람을 막아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 지역에서는 집을 질 때도 밀폐형으로 짓는다. 작은 창문만이 햇살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다만 맨 일부에는 지붕을 만들지 않아 곡식을 건조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한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한다고 했던가.

 

 

가장 멋진 장족과의 하루

이날 우리가 머문 곳은 칸즈장족의 민가다. 이 집의 주인인 ‘푸뿌’씨는 전형적인 칸즈장족의 남성으로 2002년부터 3년동안 멋진 칸즈장족 남성을 뽑는 대회에서 우승을 한 경력이 있는 멋진 남자다. 

도착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수유차를 안주인이 수유차를 따라 준다. 야크의 젖으로 만드는 수유차는 고산반응을 가라앉히는데 좋다고 해서 여행자들이 많이 먹기도 하지만 고대로부터 티벳 사람들이 즐겨먹는 차이기도 하다. 다소 비린듯하기도 하지만 담백한 맛과 따뜻함이 하루종일 차에서 지쳤던 심신을 달래주는 것 같다. 어느새 내 몸도 이곳 환경에 적응하고 있나보다. 이윽고 저녁식사 상이 차려졌다. 각종 요리가 한 가득 나와 미처 다 먹을 수가 없다. 역시 술 한잔이 빠질 수 없다. 술 한잔과 맛있는 저녁식사로 허기를 달랜다. 이윽고 저녁식사가 끝나자 기골이 장대한 푸뿌가 우리를 위해 대회 당시에 입었던 옷을 입고 나섰다. 화려한 장식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하지만 3000m가 훨씬 넘는 이곳에서의 잠은 그 자체가 고역이다. 일단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잠을 자도 적어도 3~4번은 깨기 마련이다. 입안은 바짝바짝 마르고 머리가 띵해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가 않다. 여하튼 장족 민가에서의 하룻밤을 그렇게 보냈다. 

쓰촨성 자장면

이곳 쓰촨성에서는 우리의 자장면과 가장 유사한 면을 맛볼 수 있다. 쫄깃한 면에 고기 건더기와 양념을 넣고 비벼먹도록 나오는데 양념이 우리의 자장면처럼 많지는 않지만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다. 가격도 저렴해 여행자들이 손쉽게 먹을 수 있고 요기를 할 수 있는 음식이다.

 

 

티벳사원의 또 다른 여행자

다음날도 역시 끝없는 고원을 계속해서 간다. 해발고도는 3, 4000미터를 넘나든다. 길을 가는 내내 차나 사람 구경하는 일이 쉽지 많은 않다. 그런데도 고원 곳곳에 야크를 방목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분명 저 야크 주인들도 이곳에서 살고 있을 터.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나라면 과연 살 수 있을까?

수많은 산과 고개를 넘나들다 티벳사원에 들렀다. 화려한 사원의 규모가 이곳에서 티벳불교가 갖는 힘을 짐작케 한다. 사원은 그야말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이곳 사람들의 모습은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보는 티벳불교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중국식의 생활방식과 티벳불교가 혼합돼 있는 모습은 같은 불교이면서도 여러 종파를 유지하고 있는 티벳불교의 복잡성을 알려주기도 한다. 잠시 들른 사원에서 한 노인과 소년승려가 함께 앉아 낯선 이방인을 쳐다본다. 나에게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었지만 그들에게는 나의 모습이야말로 낯설음의 극치였을 것. 이렇게 해서 서로를 여행하는 잠시의 시간을 갖는다. 


 

 

다오청, 쓰촨성 샹그리라

실제 중국에서 행정구역 상 ‘샹그리라’라는 명칭을 쓰는 곳은 ‘중티엔’이다.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을 통해 마지막 이상향으로서의 샹그리라가 인지도를 얻게 되자 중국 정부가 탐험대까지 조직해 소설 속의 배경지를 찾아 다닌 끝에 윈난(운남)성의 중티엔(中甸)을 샹그리라 현으로 행정명까지 바꾸게 된다. 

하지만 윈난성의 샹그리라가 중티엔이라면 쓰촨(사천)성의 샹그리라는 바로 다오청(稻城:실제 발음은 떠청이나 따오청과 유사하다)일 것이다. 이곳을 안내했던 이도 “행정구역상으로는 중티엔을 샹그리라라고 부르지만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거대한 협곡과 눈 계곡 등 실제 장소는 오히려 이곳 다오청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또 그는 말했다. “쓰촨성과 윈난성 일대의 여러 지역이 샹그리라이기 때문에 어느 곳을 여행해도 좋다”고…

푸른 초원 위에서 몸짓 큰 야크가 풀을 뜯고 있다. 꼬마 티벳 승려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여행들을 구경하고 여행자는 그들을 구경한다.

 

 

메리설산, 잠시 속살을 보여주다

이번 여행에서 또 다른 기대를 했던 매리설산의 일출. 오랜 시간 차를 달린 끝에 매리설산을 조망할 수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때마침 전기가 끊긴 숙소에서 씻지 못한 채 몸을 뉘었다. 다음날 아침,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숙소 앞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기대를 해보지만 도대체 하늘이 맑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에 나와 향을 피우며 기도를 하기도 하지만 그 효과가 단박에 나타나지는 않나보다. 

결국 윈난성의 가장 높은 봉우리,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매리설산을 뒤로 하고 길을 떠났다. 얼마를 달렸을까. 창을 내다보던 누군가의 외침에 정신이 바짝 든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뛰어나가는 사람들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저 멀리 매리설산이 눈 덮인 봉우리를 살짝 보여준다. 신비로운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우리의 공덕이 부족해서라며 스스로를 탓하던 일행은, 어느새 우리의 덕행이 효과가 있는가보다 라며 연신 셔터를 눌러대기에 바쁘다. 

뜻이 있으면 통한다고 했던가. 그저 하늘이 무심치 않게 먼 곳에서 온 여행자들을 위해 마음을 베푸셨구나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지켜주시기를 빌어본다. 


 


 

꿈을 찾아 떠난 여행

여행이 끝나간다. 다시 한번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야겠다. 나는 여행 내내 도대체 샹그리라는 어디 있냐? 며 끊임없는 의문을 던졌다. 그저 여행이 주는 낯설음과 어색함에 취해 있던 나는 ‘광대한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라 믿었고 아니면 ‘쇼킹한’ 그 무언가가 내 앞에 나타나 줄 거라 믿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샹그리라는 없었다. 아니 내내 있었다. 내 눈앞에 펼쳐졌던 모든 광경이 샹그리라였고 또 샹그리라가 아니었다. 제임스 힐턴이 찾고자 했던 샹그리라는 무엇이었을까? 

여행을 마친 후 나를 만난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 “사람이 좀 달라진 것 같다”고. 과연 변했을까? 번하지 않았을까? 샹그리라 여행이 나에게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제임스 힐턴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물었다.

“그 꿈을 그가 찾아낼 것이라고 자네는 생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