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통령 후보 경선 캠프 구성을 준비할 당시 이정현 18대 국회의원 당선자(51. 비례대표)는 한나라당 수석 부대변인 당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곧바로 캠프에 합류하지는 않았다. 당직 사퇴 직후 바로 캠프에 합류할 경우 박 전 대표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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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비례대표) ⓒ 연합뉴스 |
수석 부대변인으로서 당시 그가 차지하던 역할과 당내 비중은 컸다. 당 논평의 대부분이 그의 손에서 나왔을 정도였다. 대표적인 '박근혜 맨'으로 알려졌던 그의 '박근혜 캠프행'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자신이 당직 사퇴 뒤 바로 캠프로 직행한다면 '박 전 대표가 경선을 준비하려고 일찍부터 비중있는 당직자를 빼간다'는 혹시 모를 비판을 우려해 한동안 여의도를 떠났다.
박 전 대표의 경선 패배 뒤 이 당선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측으로 부터 중앙선거대책위 수석부대변인 자리를 제안받았다. 박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이 대통령 후보의 선대위에 속속 합류했지만 이 당선자는 제안을 거절했고 박 전 대표 곁에 남았다. 18대 국회 입성을 준비 중인 그에게 주변에선 "공천을 받으려면 이 대통령 측에 밉보여선 안 된다"고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박 전 대표의 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호남 출신(전남 곡성)인 그는 영남 출신인 박 전 대표의 지역 보완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박 전 대표 보다 816일간의 대표 시절 박 전 대표의 발자취를 더 많이 기억한다. 자신의 일과 관련한 이 당선자의 얘기를 듣던 박 전 대표는 "그런 일도 있었군요"라고 말할 정도다. 박 전 대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은 캠프 합류 전 이 당선자가 정리한 글을 보고 박 전 대표의 그간 행보를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24년간 한나라당을 지켰다. 더구나 호남 출신이다. '영남 정당'인 한나라당이 호남 배려에 신경을 쓴 지 몇 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당선자의 24년 당료 생활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가 정치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신의'다. 그는 고집도 세다. 이런 이 당선자의 정치 행보와 성격 탓에 '박 전 대표와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비례대표지만 이 당선자는 "호남 출신으로 야권의 호남 지역 31명 의원과 호남 발전을 위한 경쟁을 통해 호남의 정치 경쟁력을 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입법부 위상 제고와 한나라당 선진화에 앞장서겠다"며 18대 국회 의정 활동 포부도 밝혔다.
최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