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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게 운전기사와 차량 유지비는 지원되지만 승용차는 지급되지 않는다. 의정활동을 위해선 차가 꼭 필요한데 그는 돈이 별로 없다. 고민하던 차에 대학교수인 친구가 차를 바꾼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2000년식 그랜저XG를 초염가에 인수하기로 약조를 받았다.
그의 의원직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남 곡성이 고향인 이 당선자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다. 탄핵 역풍이 몰아치던 그때, 광주에서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에게 누가 선거자금을 대줄까. 당에서 퇴직금 2500만원을 가불받아 승합차를 빌리고 마이크와 어깨띠를 장만해 거리로 나섰다. 명함조차 거절하는 냉랭한 호남 민심에 억지로 짜낸 아이디어가 전통옷 차림. 예식장을 찾아가 사모관대를 빌려 입고 교통 요지와 육교를 찾아 다니며 목이 터져라 연설을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1% 남짓한 득표율. 그를 찍은 사람은 720명이었다.
무모한 도전이 희망을 불렀다. 박근혜 당시 대표가 광주 유일의 한나라당 후보였던 그에게 두 번이나 격려 전화를 했고 총선 직후엔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그때부터 그는 ‘박근혜 맨’이 됐고 대선 경선 출마를 결심한 박 전 대표가 캠프에 선발대로 합류시켰다. 정세 분석을 잘하는 데다 대변인실 근무 경력을 갖춰 박 전 대표와 기자들의 가교 역할을 맡아 왔다. 최근의 친박 인사 복당을 둘러싼 박 전 대표의 발언과 심경을 외부에 알린 것도 이 당선인이다.
박 전 대표와의 인연이 그에게 혜택만 준 것은 아니다. 지난해 경선이 끝난 뒤 이명박 대통령 진영에선 그에게 대선 캠프의 중책을 맡기겠다는 제안을 여러 차례 했지만 그때마다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를 위해 내 역할이 있는 한 나는 못 간다”며 사양했다. 한 광역단체장이 그에게 “정무부지사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역시 박 전 대표 보필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 덕택에 이 당선인은 진짜 의원이 돼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까지 박 전 대표를 한껏 도울 수 있게 됐다.
국회의원으로서 그의 계획은 31명의 호남 지역 의원과 호남 발전을 위해 경쟁하겠다는 것. 지역에서 인정받은 뒤 임기가 1년쯤 남았을 때 호남 지역구를 다시 맡아 볼 요량이다. 그 무렵이면 그의 ‘애마(愛馬)’는 폐차의 운명을 맞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