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사는 행복

삼락이야기

남아프리카공화국 - 상상 그 이상의 아프리카

안청장 2008. 4. 16. 13:14

- 상상 그 이상의 아프리카, 남아공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여행을 ‘좀 해봤다’는 이들에게 조차도 미지의 대륙으로 남아있는 땅이다. 흔히 기억하는 아프리카의 모습으로는 제일 먼저 동물의 왕국을 떠올린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로 야생의 짐승들이 포효하고, 물을 찾아 떼를 지어 이동하고 약육강식의 먹이연쇄가 끝없이 이뤄지고 있는 곳. 하지만 얼마 전 그 막을 내린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2010년 개최되는 곳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다르다. 뭔가 달라도 다르다. 그곳에서는 머릿속 상상 속에서 펼쳐놓았던 아프리카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생각지도 못했던 광경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가든 루트를 따라 떠난 자동차 여행


가든 루트. ‘정원의 길’이라 이해하면 될까? 하고 의구심을 갖게 된다. 대체 어떤 곳이기에 ‘가든 루트’라는 이름을 갖게 됐을까? 요하네스버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린 곳은 남아공 남쪽 연안의 도시, ‘포트 엘리자베스’. 이곳에서부터 자동차 여행이 시작된다.

포트 엘리자베스는 바다를 끼고 있는 산업도시이지만 바닷가의 호텔에 들어서면 휴양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만큼 깔끔하고 상쾌한 곳이다. 오후에야 호텔에 도착해 저녁식사와 잠시의 휴식을 취한 후 가든 루트로의 여행을 위해 잠이 들었다.

-바다와 맞닿은 대자연의 부름 속으로



현재의 가든 루트는 남아공 남쪽 해안선을 따라 동서로 뻗은 N2 고속국도 주변의 자연 녹지대를 총칭해서 일컫는 말이다. 공식적으로는 스톰스리버브릿지(Storms River Bridge)라는 다리에서부터 시작된다. 2차선의 도로가 지평선을 향해 뻗어있는 가든 루트를 따라가다 보면 끝없는 평원과 산, 강과 바다를 만나게 된다.

가는 도중에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치치카마 국립공원’이다. 바다와 맞닿은 이곳은 거대한 원시림이 펼쳐진 국립공원으로,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대인 탓에 온화한 날씨와 풍부한 강수로 짙푸른 열대수림이 조성돼 있어 8000여종이 넘는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다.
빗방울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를 의미한다는 뜻의 치치카마 국립공원 내에 있는 숙소는 1년 전에 예약을 해야만 숙박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있으며, 함께 운영 중인 5일짜리 트레킹 프로그램 또한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참가가 가능하다. 거대한 치치카마의 숲 속을 걸어서 탐험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자동차

끝도 없이 뻗어있는 도로 위에는 달리는 차들도 그리 많지 않아, ‘운전할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큰 대륙의 차들에 주로 장착된 ‘크루즈’ 기능이 이곳 남아공의 차들에도 장착돼 있어 운전하는데 큰 불편은 없을 것 같다. 크루즈 기능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일정 속도로 계속해서 차가 가게 되는 기능이다. 몇 시간을 계속해서 쉬지 않고 달리기 위해서는 이 기능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든 루트를 관통하는 이 N2 도로는 자동차가 달리기에 그만이다. 펼쳐진 광경을 보노라면 장거리 운전의 피곤함 따위는 느끼지 못할 듯 하다.

-번지점프 좀… 해보셨어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번지점프를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 이곳 가든 루트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216미터의 번지점프가 기다리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협곡 위로 N2도로를 잇는 브루크란스 다리(Bloukrans Bridge)가 걸쳐져 있다. 잠시 낮잠을 즐기던 버스의 일행들이 번지점프 하는 곳에 다왔다는 말을 듣고 잠이 깼다.

다리를 건너기 전인지라 아직 다리의 모양새를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채 전망대로 향했다. 꼭 한번 뛰어 보리라던 다짐은 저 멀리 깊은 협곡을 잇는 거대한 다리는 보는 순간 무너져 내린다. ‘저 위에서 뛰어내린다고…’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거대한 다리는 인간의 마음을 변덕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는 고민의 시간이 시작됐다. ‘뛰어내릴 수 있을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결국 뛰어내리기를 결정하고 서약서를 쓴다. 몸무게를 재고, 카드결제를 한다.(남아공은 카드결제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다) 요금은 우리돈 9만원 가량이다.

다리 밑으로 난 임시 구조물을 통해 다리 한가운데로 걸어간다. 이때부터의 공포감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5, 4, 3, 2, 1 번지~!

두 사람이 나를 양쪽으로 받쳐 들고 발가락이 있는 앞꿈치를 허공에 내어 놓은 채 바람 속에 매달리게 했다. 그리고는 외친다.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번지!

솔직히 말하지만 ‘투, 원’을 외치는 그 순간까지 속으로는 망설임이 계속됐다. 그러나 번지를 외치는 순간, 저절로 몸이 앞으로 기우는 것 같더니,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공기를 양 볼로 가르며 끝도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잠시 후 몸이 다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수차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다시 나를 이끌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가든 루트의 추억은 가슴 떨리는 기억으로 박혀버렸다.

★ 번지점프

다리높이-216m
실제 점프높이-160~170m
요금 한국돈-9만원 가량
사진촬영, 비디오촬영-별도
떨어지는 시간-찰나
뛰고 난 후, 인증서를 준다

 

- 케이프타운의 바다를 보셨나요?



-넙적한 산(?), 테이블마운틴

케이프타운에서 꼭 봐야 하는 곳 중의 하나는 바로 테이블마운틴(Table Mountain)이다. 케이프타운의 멋진 해안선과 시내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케이블카, 도보, 등반을 이용해 오를 수 있으나 대부분의 관광객은 케이블카를 이용하는데 바람이 아주 심한 날에는 운행이 정지되기도 한다.

회전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자 눈앞에 펼쳐진 케이프타운의 해안선, 그리고 푸른 바다가 어울린 모습은 잠시 넋을 잃고 빠져들게 하는 장관이다.



-케이프 반도로의 여행길

테이블마운틴을 내려와서는 케이프반도를 따라 희망봉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한다. 가는 길에 다양한 볼거리들이 기다리고 있다.

-후트베이에서 만난 물개

케이프반도의 서쪽에 있는 후트베이(Hout Bay)에서 물개섬으로 가는 배를 타고 얼마간을 가자 바위로 이루어진 조그만한 섬에 수많은 물개들이 자리를 잡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조류와 함께 수천 마리 물개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섬으로의 출입은 금지돼 있기 때문에 배를 탄 채로 물개들을 보다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

시간은 대략 40분 가량이고 요금은 어른이 50란드, 2살부터 14살까지의 어린이는 20란드다.(1란드는 우리돈 140~150원 가량)

-모래찜질하는 펭귄이 있었네


이번에는 케이프반도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이동해 보울더 해변(Boulders)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특별한 친구를 만날 수 있는데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해변가에서 해수욕과 모래찜질을 즐기는 남아프리카 펭귄이 그 주인공들이다

남극에서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펭귄을, 땀이 흐르는 기후에서 만난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눈앞에서 놀고 있는 수천마리의 펭귄은 분명 이곳 남아프리카공화국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1982년 불과 두 쌍에 불과했던 펭귄은 이후 보호 정책에 의해 최근 3000여 마리 정도가 이곳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인도양과 대서양을 한눈에

케이프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케이프포인트(Cape Point)는 인도양과 대서양, 두 대양이 만나는 곳으로 높게 이는 파도 사이로 뛰노는 돌고래를 볼 수도 있고 6000여 종이 넘는 남아공의 자생식물들을 바로 발밑에서 발견하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언덕을 오르는 작은 전기전차를 타고 등대가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이곳에서부터 세계 각 도시까지의 거리를 적어 놓은 이정표가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듯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 바다를 지나 도대체 얼마나 가야한다는 것인가?

-희망을 찾아 떠나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희망봉은 이곳에서 차를 타고 조금 더 이동해야 한다.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이 아굴라스곶에서부터 북서쪽으로 160km 떨어진 희망봉은 실제로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아프리카의 최남단 포인트로 잘 알려져 있다.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보다 보면 저 바다 너머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희망을 함께 품고, 항해를 하던 옛 모험가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여행을 떠나온 지 어느새 수일, 나의 여행 앞에 그리고 또 나의 삶, 저 앞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하는 호기심과 기대, 그리고 희망이 가슴 속을 채운다.

-시그널힐(Signal Hill)에 서의 일몰

테이블마운틴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그널힐에 올라 저녁 노을을 맞이한다. 바다 빛깔이 변해가 듯, 가슴 속 뜨거웠던 여행의 흥분이 조금씩 붉은 빛으로 젖어든다. 노을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시선 속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듯 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글·사진=류한상 기자 han@traveltimes.co.kr
취재협조=남아프리카항공 02-775-4697
남아프리카공화국관광청 www.southafric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