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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는 있지만 메디큐브는 없는 의료 한류-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

안청장 2016. 4. 21. 08:41

 

조선일보_ 의학의 창

송혜교는 있지만 메디큐브는 없는 의료 한류

  •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드라마 '태양의 후예' 통해 한국병원·의료진 해외 소개
드라마 등장한 이동식 병원시설 현실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
의료 분야는 공적 원조의 꽃… 공적투자·지원 전면 확대해야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드라마 '태양의 후예' 열풍이 지칠 줄 모르고 종반으로 갈수록 더 세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중국에서 인기가 더 높다고 한다. 우리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는 중국 광전총국 이름으로 이 드라마에 대한 경계경보가 나왔을 정도이다. 이미 35개국에 수출하는 계약이 되었다 하니 종영 이후에도 전 세계에서 이 드라마가 상영될 것이다.

'태양의 후예' 인기 덕에 '의료 한류'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 송혜교가 외과 의사로 나오고 있고, 드라마를 통해 한국 병원과 의료 기술의 우수한 면모가 간접적으로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3~4회분에서는 병원에 후송된 중동 유력 정치인에 대한 반대와 위험을 무릅쓰고 고난도 응급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한국 의료에 대한 신뢰가 잔뜩 높아질 만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드라마를 언급하며 의료 한류를 기대하는 발언을 했을 정도다.

사실 '의료 한류'를 조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영역이자 방법은 의료 분야의 '공적 개발 원조(ODA)'를 키우고 해외 긴급 재난 사태에 전폭적으로 의료 지원 활동을 하는 것이다. 에볼라가 확산하던 아프리카 지역에 의료 인력을 파견한 것이 그 예다. 이런 해외 긴급 구호 활동은 인도적 측면에서 꼭 필요하지만 상대국과 외교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유대를 증진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해외 긴급 구호에서 의료 지원을 선진화하려면 두 가지가 준비돼야 한다. 첫째는 특별히 교육, 훈련된 인력이다. 해외 재난 시 필요한 의료 기술이 일반 의료 기술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는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고 국제 기준에 맞는 의료 장비, 즉 이동식 병원 시설(mobile hospital)이다. '태후'에 나온 '메디큐브'라는 시설이 바로 이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재난 사태에 대비하는 재난 의료 지원팀(DMAT)이 전국적으로 65개 꾸려져 있으나 아직 개별 병원 단위에 머무르고 있고 통합적 관리를 할 수 있는 권역별 재난 거점 병원 지정은 빨라야 올해 말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래 국내 DMAT를 확장해 해외 긴급 구호 인력으로 편성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는 상시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된 해외 긴급 구호 의료 전문 인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드웨어 측면은 더욱 열악하다. 4년 전 35억원을 배정받아 국립중앙의료원이 관리하는 이동용 병원 시설이 딱 하나 준비돼 있지만, 그 수준은 에어텐트 15동 분량의 '최소 모듈'일 뿐이다. '태후'에 등장하는 수술실이나 양압이 작동하는 비닐 커튼 속 중환자실 등의 하드 큐브는 아예 없다. 송혜교와 같은 의사는 현실에도 많이 있지만 메디큐브는 드라마 속에만 존재한다. 올해 안에 국내 재난용 이동용 병원 시설 하나를 처음으로 발주할 계획이나 해외 긴급 구호용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96년에 OECD에 가입했지만 정말로 선진국 멤버가 됐다고 할 수 있는 시점은 2010년이다. 그해 우리는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멤버로 승인받았다. 주지하다시피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변신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의료 분야야말로 공적 개발 원조의 꽃이다. 인프라가 강화되고 기회가 확대된다면 드라마 속 송혜교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젊은 의사가 앞다퉈 '우르크' 같은 개발도상국이나 해외 재난 지역으로 의료 봉사를 떠날 것이다. 이를 위해 공적 투자와 국가적 지원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한국 의료가 세계인들 사이에 의료 선진국으로서 보편적으로 통용될 때 진정한 '의료 한류'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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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이왕준 이사장​(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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