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떠나는 인천 맛 여행
지하철로 떠나는
인천 맛 여행
맛있는 것을 찾아 떠나는 맛 여행엔 늘 ‘거리’가 있다. 단맛이 쏙쏙 배어 나오는 부산 자갈치시장의 고등어구이가 그렇고, 한 시간가량 땀을 흘려 맛보는 조계산 중턱의 나물비빔밥이 그렇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를 타도 2~3시간은 걸리고, 자동차를 몰아도 3~4시간의 몸 고생은 각오해야 한다. 고성의 물회도, 안면도 꽃게찜도, 전주의 콩나물국밥도 마찬가지다. 어디든 갑자기 떠나기엔 부담스럽다. 적어도 1박 2일의 일정을 잡고 몇 주 전에 계획을 잡아야 하는 거리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맛 여행에서도 들어맞는다. 맛있는 걸 먼 곳에서만 찾을 게 아니란 얘기다. 1시간 정도의 이동 거리라면 불쑥 떠나 볼만하다. 자가용을 몰지 않아도 괜찮다. 덜그렁 덜그렁 기차여행의 흔들림을 즐길 수 있고, 쌩쌩 달리는 고속버스의 속도감도 맛볼 수 있는 맛 여행지. 바로 인천이다. 급행열차까지 생겨 용산역에선 45분이면 동인천역 도착이다. 마음만 먹으면 점심 한 끼를 행복한 맛 여행으로 즐길 수 있는 곳. 자동차든, 지하철이든, 고속버스든 교통편의 선택은 내 몫이다. 반주 한잔 곁들이며 여행을 만끽하려고 자동차 키를 버리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인천 맛 여행의 중심은 동인천역이다. 그러니 일단 동인천역에서 하차다. 사실 동인천은 인천의 동쪽이 아니다. 오히려 서쪽에 가깝다. 인천이 급격히 확대 팽창되면서 동서남북이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동인천은 ‘과거의 인천’, 이른바 구도심이다. 130년 전 개항할 때 청나라와 일본 사람들이 이쪽을 통해 들어왔다. 한반도의 근대사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그러니 먹거리의 역사도 만만치 않다.
동인천역 근처에 대한민국 원조 먹거리 세 가지가 기다리고 있다. 짜장면, 쫄면, 그리고 닭강정이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온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짜장면의 발상지가 선린동 25번지 일대의 차이나타운이다. 1905년 개업한 중국음식점 ‘공화춘’에서 부두 노동자를 상대로 팔던 것이 우리의 짜장면이 됐다. 원조집 공화춘은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2012년 짜장면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공화춘’ 브랜드가 새로 들어섰지만 원조와는 거리가 있는 집이다. 그래도 차이나타운 안에 들어서면 여러 중국집에서 다양한 짜장면 맛을 즐길 수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교문 앞 분식점의 단골 메뉴인 쫄면의 성공신화에는 실수로 만든 냉면이 시발점이라는 뒷얘기가 있다. 닭강정도 신포시장의 닭 튀김집에서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지는 닭튀김을 물엿 양념으로 코팅해 바삭거림을 유지한 게 히트작의 비결이 된 것이다.
인천은 동네마다 특정한 음식점이 군락을 이루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흔히 음식 앞에 동네 이름이 붙는다.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 ‘용현동 물텀벙이’가 그렇다. 동인천역에서 다시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구월동 밴댕이 회무침’, ‘송도 꽃게탕’, ‘부평 해물탕’이 반갑게 맞이한다. 인천은 항구도시답게 여기저기 해물 요리가 풍부하다. 부두 노동자들 주머니 사정에 맞춰 값싼 음식이 많아 금전적 부담도 덜하다. 무엇보다도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나니 들뜬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이럴 때 찾으면 서비스 반찬 추가는 기본이요, 음식점 주인과 종업원의 상냥한 미소는 덤이다.
경인면옥
서울에만 사업경력이 깊은 평양냉면집이 있는 게 아니다. 인천에도 소문난 평양냉면집이 있다. 서울 종로에서 개업해 1946년 인천 신흥동에 자리 잡았으니 사업경력이 70년을 넘겼다.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이 말초를 자극하는 맛이라고 한다면 이곳의 맛은 깊고 담백하다. 평안도가 고향인 실향민들과 2세들이 즐겨 찾는다. 면발이 거칠지 않고 입안 가득 퍼지는 메밀 향을 느낄 수 있다. 먹을수록 친근감이 더해진다. 물냉면 8000원, 녹두 부침과 함께 나오는 냉면 세트는 1만3000원. 032-762-5770.
신포우리만두
1970년대 초 냉면을 만들던 공장에서 면을 잘못 뽑아 굵은 면이 나왔다. 면을 뽑는 기계 구멍을 잘못 써 굵은 면이 나오게 된 것. 버리기 아까워 공장 옆 분식집에 줬더니 주인이 비빔국수처럼 고추장 양념에 채소를 버무려냈다. 이것이 쫄면의 실수 탄생기다. 신포시장 내 원조 분식점은 문을 닫았고, 비슷한 시기에 쫄면을 팔기 시작한 신포우리만두 본점이 맥을 잇고 있다. 이곳의 주인은 “질긴 면발을 쫄깃한 쫄면으로 바꾼 게 우리 집”이라고 말했다. 콩나물과 양배추, 삶은 계란 반쪽이 올라간 원조쫄면 한 그릇에 5000원. 032-772-4958
산동만두
상호에 적힌 만두보다 공갈빵이 더 잘 팔리는 곳. 신포닭강정 못지않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30대 젊은 형제가 운영하고 있다. 속이 꽉 찬 고기만두보다 속이 텅 빈 공갈빵이 더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남다르기 때문. 공갈빵은 한 개에 1500원인데 주말엔 한 사람에게 2개밖에 팔지 않는다. 만두는 10개에 4000원이다. 032-764-3449.
경남횟집
인천, 특히 신포시장엔 싼 집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여실히 보여주는 집이다. 인천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의 오피니언 리더들도 자주 찾는다. 우리나라 생선 중에 최고로 꼽는 민어만을 취급한다. 연분홍 빛깔이 나는 두툼한 민어회는 부드럽고 고소한 육질로 입안에서 착착 감긴다. 부레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된장, 고추냉이장, 특제소스, 기름장 등 4가지 찍음장이 나오는데, 민어회와 어우러진 각각의 맛이 재미나다. 민어회(대) 11만원, 매운탕 1만 3000원. 032-766-2388.
신포닭강정
신포시장의 으뜸 명물. 주말이면 온종일 줄을 잇는다. 포장 대기 줄과 홀 입장 줄 모두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 집의 닭강정은 다른 집 양념 통닭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그런데 바삭함이 다르다. 두 번 튀긴 닭을 물엿으로 만든 소스에 달달 볶아서 내놓는다. 청양고추가 숨어 있어 매콤하지만, 뒷맛이 개운해서 좋다. 국내산 생닭만을 쓴다고 하는데 크기가 커서 그런지 양은 넉넉한 편. 대(1만6000원)자 하나면 어른 세 명이 충분하다. ‘반반’을 시키면 닭강정과 프라이드치킨이 중(1만1000원)자 크기로 한 접시씩 나온다. 032-762-5853.
원조할머니냉면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 골목의 원조집이다. 세숫대야 냉면이란 이름은 그릇이 세숫대야 크기라서 붙은 이름이다. 실제로 얼굴이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크다. 눈대중으로 족히 일반 냉면집의 두 배의 양이다. 매번 곱빼기를 외쳐대던 사람도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기가 만만찮다. 물냉면, 비빔냉면 모두 5000원이다. 면을 직접 뽑지는 않았지만 쫄깃하고 차지다. 냉면 국물은 고추장 양념을 풀어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고명으로 열무김치·오이채·깨소금을 많이 쓴다. 032-766-5616.
해장국집
안으로 들어서면 헛웃음부터 나오는 집이다. 인원수만 세고 메뉴를 묻지 않는다. 그래서 메뉴가 하나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메뉴가 둘이다. 해장국과 설렁탕. 오전 5시~11시엔 해장국(7000원)을, 오전 11시~오후 3시까지는 설렁탕(8000원)을 준다. 해장국을 먹으려면 해장 타임에 오고, 점심은 설렁탕으로 든든하게 요기를 하라는 얘기다. 그리고 오후 3시가 넘으면 문을 닫고 저녁장사는 안한다. 그래도 ‘해장국’이란 간판과 ‘해장국집’이란 공식 상호로, 50년 동안 한우만 고집하며 영업을 이어왔다. 032-766-0335.
이화찹쌀순대
벌써 15년 전 일이다. 미국 LPGA에서 첫 승을 올린 ‘슈퍼땅콩’ 김미현. 우승 인터뷰 자리에서 귀국하면 제일 먼저 순댓국집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그곳이 바로 여기다. 실제 김미현은 김포공항에 내려 인천 할머니께 인사를 드린 뒤 곧바로 이 집을 찾아 찹쌀 순대와 순댓국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순대국밥은 쇠고기로 맛을 낸 것처럼 담백하다. 들깨와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양념을 풀면 국물 맛은 금방 고소하고 얼큰하게 바뀐다. 찹쌀이 들어간 순대는 차지면서도 거북한 누린 맛은 없다. 한 그릇에 8000원. 032-882-3039.
성진물텀벙
‘물텀벙이’는 ‘아귀’의 인천 이름이다. 그물에 걸리면 살도 없이 배만 크다고 바다에 다시 ‘텀벙’ 내던진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1960년 이후 해산물이 귀해지면서 하인천 부근의 선술집에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부두의 안줏거리가 점차 용현동 로터리로 옮겨와 맛 골목이 형성됐다. 골목의 10여 곳 중에 성진물텀벙이 가장 인기 있는 집이다. 아귀 살이 실하다. 콩나물·미나리·미더덕에 흰떡까지 들어간 매콤하고 얼큰한 맛에 콧등에 땀이 맺힌다. 4인 가족이면 찜이든 탕이든 5만원 짜리 대(大)자 크기면 적당하다. 032-883-6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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