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사는 행복

삼락이야기

한 줌 바람이 되는 진안고원길

안청장 2014. 11. 12. 11:40

 

 

한 줌 바람이 되는 진안고원길

 

진안고원길  

 

 

한 줌 바람이 되는

 

 

진안고원길은 환상 없이 걷는 길이다. 제주 올레처럼 그림 같은 풍치를 찾는다면 말려야 마땅한 길이다. 대단한 볼거리도, 뛰어난 먹거리도 없는 수수한 길이다. 그저 고샅을 돌며 마을과 사람을 만나고, 말 한마디 건네고 또 한마디 답해야 제맛인, 그런 길이다.

 

                                                                                                                                              글, 사진 박은경

 

하늘땅 진안을 만나는 시간, 진안고원길

진안의 공기는 달다. 산에 오른 것처럼 맑고 시원하다. 진안은 평균 고도가 380m에 달하는 고원지대다. 서울 남산보다도 100m 이상 높고, 옆 동네 전주보다는 300m나 높은 곳에 평탄한 땅이 펼쳐진다. 진안을 두고 남쪽의 개마고원이라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진안고원길은 이러한 진안 특유의 정취를 만나는 길이다. 평균 고도 300m의 100개 마을과 50여 개의 고개를 지나면서 하늘땅 진안을 한 바퀴 에둘러 걷는다. 마을고샅길 논둑길 밭둑길 숲길 고갯길 강변길 등 모습도 다양하다. 하지만 길은 부러 만든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왕래하던 마을길을 이어 옛길로 복원했다. 개발과 발전의 흔적이 거의 없는, 자연스럽게 태어난 삶의 길이다.

 

진안고원길  

 

길은 15개 구간 200여 km에 이른다. 이 중 4개 코스에 나무이정표가 설치됐다. 1구간과 1-1구간, 2구간과 3구간이다. 진안 특산물인 홍삼과 인삼의 색으로 만들어진 겹리본도 길을 안내한다. 리본 끝에는 고원과 하늘, 구름과 길을 뜻하는 작은 그림이 그려졌다.

1구간(10.3km, 3시간 30분)은 고종 때 세워진 정자 영모정에서 출발해 원덕현마을에 이르는 코스다. ‘고개 너머 백운길’이라고도 부른다. 영모정에서 신광재를 거쳐 신전마을로 가는 1-1구간(19.5km, 6시간)은 ‘신광재 가는 길’이다. 노촌계곡을 거슬러 신광재에 올라 임도를 통해 마을에 닿는다. 다른 코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많이 든다.

 

섬진강 최상류 하천 

 

2구간(12km, 4시간)은 ‘내동산 도는 길’이다. 원덕현마을에서 중평마을까지 내동산(백마산)의 옆구리를 걸으며 사철 변화무쌍한 풍경을 만난다.

‘섬진강 물길’로도 불리는 3구간(17.2km, 6시간)은 이름처럼 출렁이는 섬진강과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코스다. 길은 중평마을에서 반용마을을 지나 오암마을까지 이어진다. 곳곳에 스며든 소박한 정취가 물길과 어우러져 그윽한 경관을 만든다.

 

 

고개 너머 백운길을 걷다

이 가운데 진안의 속살을 제일 넉넉하게 보여주는 길은 1구간 ‘고개 너머 백운길’이다. 물론 이렇다 할 구경거리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눈요깃감이라고는 자연이 덤덤하게 늘어놓은 풍경과 그 안에 자리한 소박한 마을이 전부다. 다만 마을을 8개나 잇는 길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고개를 하나둘 넘을 때마다 매번 다른 풍광과 다른 이야기를 가진 마을이 자리한다. 마치 잔잔하면서도 재미와 설렘이 있는 로드 무비를 한 편 감상하는 기분이다.

 

1구간 영모정 전경 

 

고개 너머 백운길의 시작은 미재천변에 앉은 영모정(永慕亭)이다. 오래도록 그리워한다는 뜻의 이름처럼 14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소박한 정자다.

영모정은 조선시대 효자로 알려진 미계 신의련을 기리기 위해 1869년 세워졌다. 아담한 너새를 단정히 얹은 정자 곁으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미재천이 흐르고, 그 위로 느티나무와 서어나무가 숲을 이룬다. 소란하지 않으면서도 아늑해 경치를 내려다보며 머물기 좋다. 옆에는 신의련 효자각이 세워져 있다.

 

1구간 영모정 앞 미재천의 맑은 물 

 

영모정에서 이정표를 따라 5분쯤 걸으면 미재천 건너편으로 미룡정(美龍亭)이 시야에 들어온다. 1990년 거창 신씨 종중에서 지은 목조 건물이다. 정자 앞 다리에서 내려다보이는 계곡의 정취가 은근히 좋다.

 

미룡정을 지나면 산길이다. 산세가 험하지는 않지만 한적하고 숲이 제법 깊어 혼자 걷기에는 약간 으스스하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위안 삼아 20분 정도 걸으면 첫 번째 고개인 닥실고개에 오른다. 해발 435m의 닥실고개는 이 길에서 가장 높은 구간이다.

 

미룡정에서 닥실고개 가는 길 

1구간 닥실고개에서 신전마을 가는 길  

 

하늘 가까이 심어진 고추 배추 고구마 등 밭작물을 구경하며 15분 정도 가면 신전마을이다. 화전을 일굴 때 나무를 태워 만들었다는 뜻에서 나무 신(薪)자와 밭 전(田)자를 붙여 신전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풍수적으로는 소가 가로누운 형국이라 ‘가루손이’라고도 불린다. 열 가구 남짓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마을은 아늑하고 조용하다.

 

1구간 신전마을에서 상백암마을 가는 배고개 

 

 

신전마을을 벗어나면 두 번째 고개를 넘는다. 신전마을과 상백암마을을 잇는 배고개다. 고개 입구에 배나무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 배오개재, 배나무재로도 불린다. 길 좌우에는 소나무가 무성하다. 내려가는 길목에는 조그만 농부쉼터(고원쉼터)가 하나 보인다. 농부들이 일하다 잠시 쉬면서 새참을 먹는 곳이다. 길손들의 휴식처로도 사용된다. 네다섯이 겨우 앉을만한 크기의 평상이지만 잠시 햇살을 피하기엔 모자람이 없다.

 

 

1구간 상백암마을 가는 길 

1구간 상백암마을 

 

상백암마을은 하얀 차돌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흰바우, 즉 백암(白巖)이라 불리다가 윗마을이라는 의미의 상(上)자가 더해져 상백암이라 불리게 됐다. 마을은 옛 정취로 가득하다. 흙으로 지어진 담과 집이 정겹다. 마을을 벗어나면 백암교 아래 계곡이 부른다. 발 담그고 잠시 쉬었다 가기에 충분할 만큼 깊고 넓다.

 

 

한가로운 길이 계속되다 다시 조그만 고개가 나온다. 두 번째 닥실고개다. 걷는 동안 고개에 익숙해진 탓인지 처음보다 발걸음이 가볍다. 길은 고개를 사뿐히 넘어 은안(은번)마을로 이어진다. 볕 드는 아늑한 평야가 인상적인 마을이다. 이름처럼 은은하고 편안하며 전체적으로 안락한 분위기가 흐른다. 산자락이 마을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까닭이다.

 

1구간 은안마을 풍경 

1구간 은안마을에서 원반송마을 가는 길 

 

은안마을에서 원반송마을로 가려면 흙두고개를 넘어야 한다. 흙두고개는 사람의 발길이 끊어졌다가 고원길을 만들면서 되살아난 대표적인 옛길이다. 또 1구간의 마지막 고개이기도 하다.

 

1구간 흙두고개  

 

 

원반송마을에 이르면 여정은 어느덧 중반으로 접어든다. 마을은 400년 된 반송나무가 있어 원반송이라 불리기 시작했으나 1967년에 고사하여 지금은 없다.

원반송마을은 정몽주와 함께 조선의 개국을 반대했던 만육 최양이 살았던 마을로도 알려졌다. 최양은 정몽주의 조카다. 그는 정몽주가 선죽교에서 살해당하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서 잠시 은둔하다 진안 팔공산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마을 앞에는 선생을 기리는 만육최양선생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1구간 원반송마을 입구 

 

유허비 곁으로는 섬진강 최상류 하천이 흐른다.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에서 흘러나온 물이 몇몇 지류와 합쳐져 제법 강의 형태를 갖췄다. 옆에는 100년 넘게 자리를 지킨 학남정과 개안정이 나란히 나그네를 맞는다.

 

 

길은 하천과 논을 번갈아가며 석전마을과 무등마을을 지난다. 길 양쪽으로 펼쳐진 너른 평야는 온몸으로 계절을 드러내고, 길가에 핀 뭇꽃들은 바람을 붙든다. 또 오른편으로는 마이산이 아련하게 시야에 잡히는데 두 귀를 쫑긋 세운 모습이 아름답고 신비해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석전마을은 밭에 돌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무등마을은 원래 석전마을의 일부였으나 몇 해 전 분리됐다. 두 마을 사이에는 원동창마을이 자리한다.

 

1구간 원덕현마을 가는 길 마이산 

 

들판을 벗어나 찻길을 하나 건너면 1구간 마지막 코스인 원덕현마을에 닿는다. 마을은 물 맑고 공기 좋은 진안 땅에서도 장수마을로 알려졌다. 마을 중앙에는 지금도 공동식수로 쓰는 오래된 우물이 하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장수 비결의 하나로 꼽는다. 길은 우물 옆 마을회관에서 끝난다.

 

1구간 원덕현마을 입구 고구마밭 

 

 

여행 정보

 

영모정(1구간 시작점) 가는 방법

영모정 경유 버스(노촌리행)는 백운에서 하루 3번(08:50, 13:10, 18:20) 운행된다. 시간 변동이 잦으니 확인 후 이용해야 한다.

진안~백운간 버스를 타고 평장리에서 내린 후 노촌리 방향으로 10분 걸어도 된다. 진안읍에서 택시로는 15~20분 거리다.

백운정류소 063-432-4513, 무진장여객 063-433-5282, 진안터미널 063-433-2508, 진안콜택시 063-433-1500, 063-433-1414

 

잠잘 곳

동신나들목체험관(무등마을에서 600m) 010-2171-8578 / 픽업 가능

데미샘펜션(원반송마을에서 2.8km) 019-710-9002 / 픽업 가능

큰바위펜션(원반송마을에서 3km) 063-433-4978 / 픽업 가능

 

먹을 곳

청산(백반·버섯전골) 063-432-0140

삼산옥(백반) 063-432-4568

양자강(중국음식) 063-432-3019

육번집(백반) 063-432-4512

우리회관(백반·김치찌개) 063-432-3332

* 걷는 도중에 물이나 음료수를 살 곳이 없으니 미리 사두는 게 좋다.

 

문의 및 자료 요청

진안고원길 사무국 063-433-5191, www.jinangowongil.kr

 

진안고원길 이정표 

 

 


 

 

고원길 너머 진안

 

원촌마을  

 

원촌마을

진안고원길 1구간이 시작되고 끝나는 백운면에는 특별한 마을이 하나 있다. 주인공은 백운면소재지인 원촌마을. 예쁘고 다정한 간판이 가게마다 붙었다. 희망건강원에는 염소 한 마리가 지붕에 올라 하늘을 거닐고, 풍년떡방앗간에는 새가 벼 이삭을 물고 바삐 날아간다. 또 백운약방 머리 위에는 커다란 흰 구름 하나가 걸렸다.

간판은 글씨체도 참 예쁘다. 제각각 멋대로 쓰인 활자 대신 가는 붓으로 정성 들여 쓴 궁서체가 자릴 잡았다. 마치 곱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 같다. 마음도 정갈해지는 기분이다.

 

마이산

마이산은 진안군 중심에 우뚝 선 신비로운 산이다. 마이산 일대는 국가문화재(명승 제12호)다. 세계적인 여행안내서 프랑스 미슐랭 그린가이드에서도 별 3개 만점을 받았다.

말의 귀를 쏙 빼닮은 봉우리는 각각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으로 불린다. 좀 더 뾰족한 쪽이 수마이봉이다. 지난 10월엔 자연휴식년제로 10년 동안 입산이 금지됐던 암마이봉 등산로가 열렸다. 꼭대기에 오르면 마이산 자락을 굽어보거나 수마이봉의 도도한 자태를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정상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단 도착한 순서대로 100명만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

 

 

진안홍삼스파 

 

진안홍삼스파

국내에서 보기 드문 홍삼 온천이다. 온천물에 홍삼 성분을 함유시켰다. 음양오행에 맞춰 짠 9개의 코스가 독특하다. 빠짐없이 제대로 즐기려면 3시간은 필요하다. 홍삼 거품으로 피부 마사지를 즐기는 ‘태극 버블 센스 테라피’와 마이산을 바라보며 노천욕을 할 수 있는 노천탕 코스가 특히 인기다. 바로 옆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우수 숙박시설 ‘진안홍삼스파빌’이 있어 하룻밤 묵어 가기도 좋다. 객실 수(26개)가 넉넉하지 않으므로 미리 예약하는 게 한갓지다. 1588-7597.

 

애저찜

새끼 돼지를 삼계탕처럼 푹 끓인 진안의 전통음식이다. 가난한 농가에서 새끼를 가진 귀한 돼지가 죽은 것이 아까워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야들야들하게 삶아진 고기를 깻잎이나 묵은지에 싸 먹는다. 건더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면 묵은지를 넣고 팔팔 끓여 밥과 함께 먹는다. 진안에서도 제대로 하는 집이 몇 군데 없다. 금복회관(063-432-0651)이 잘 알려져 있다. 6만원짜리 한 그릇이면 4명이 먹기에 적당하다.

 

애저찜 

한국관광공사 바로가기 http://kto.visitkorea.or.kr/kor/notice/cheongsachorong/SpecialTheme/choBoard/view.kto?instanceId=35&id=422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