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사는 행복

삼락이야기

나그네 마음 위로하는 대구 사문진 주막촌

안청장 2014. 11. 12. 11:39

 

나그네 마음 위로하는 대구 사문진 주막촌

 

사문진 주막촌  

 

나그네 마음 위로하는

대구 사문진 주막촌

 

가끔은 나그네가 되어 옛 정취 풍기는 주막에 가고 싶다. 한가한 풍경이 있고 푸진 주안상이 있는 그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얘기 나누고 싶다. 그렇게 하루쯤은 이름 없는 나그네가 되어 낯선 풍경 안에 머물고 싶다.

 

                                                                                                                                        글, 사진 박은경

 

 

낙동강 뱃길의 대구 관문, 사문진

 

그 옛날 강의 길목에는 나루가 있고 나루에는 어김없이 주막이 있었다. 길손들은 천근만근 바위 같은 봇짐을 풀고 막걸리 한잔 걸치며 고단함을 달랬다. 조선 팔도의 주막은 한때 2000개까지 늘었지만, 강을 건너는 다리가 생기고 고개 아래로 터널이 뚫리면서 하나둘 조용히 사라졌다.

 

사문진 주막촌도 그중 하나였다. 사문진은 대구 달성군 화원읍과 경북 고령군 다산면 사이 낙동강을 건너는 나루터가 있던 곳이다. 낙동강변의 모래를 걸어가서 배를 탄다 하여 사문진(沙門津)이라 했다고도 하고, 많은 신도가 절에 불공을 드리기 위해 거쳐 간 나루라 하여 사문진(寺門津)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사문진 주막촌 초가집 내부 

 

 

한때 사문진은 부산에서 낙동강을 거슬러 대구로 올라오는 유일한 뱃길이었다. 부산포에서 물품을 실은 배가 낙동강을 따라 올라오면 늦어도 여드레 안에는 사문진나루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도 이곳으로 들어왔다. 1900년 3월 26일 미국인 선교사 보텀(한국명 사보담)이 부산에서 낙동강을 이용해 사문진으로 운반했다. 당시 피아노는 이상한 물건에서 소리가 난다고 해 ‘귀신통’으로도 불렸다.

 

사문진 주막촌 귀신통 작품

 

사문진나루를 통해 들어온 물품 가운데 40%는 대구에서 소비됐다. 나머지는 충청·강원·호남 등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사문진은 명실상부 영남권 물류 중심지 가운데 한 곳이었다.

나루터 일대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특산물과 상인들로 북적였다. 길손들의 쉼터였던 주막촌 역시 자연스레 번성했다. 특히 영남지역 부보상(보부상)들이 즐겨 찾았다. 그들은 사문진을 오가며 주막에 들러 한잔 술로 목을 축이고 여독을 풀었다.

낙동강 대표 나루의 명성을 이어가던 사문진은 1930년대 말 철도가 개통되면서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1993년 7월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사문진교가 들어서면서 사공도, 주모도 완전히 숨어버렸다.

 

사문진 주막촌 작품 

 

 

허기진 추억의 배를 채우다

 

그런데 최근 사문진을 떠났던 길손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강에는 나룻배가 나타났다. 초가집에서는 주모 아닌 주모들이 국밥을 끓이고, 봇짐 없는 나그네들은 평상에 앉아 술잔을 기울인다. 옛 사문진나루터에 조성된 이곳은 ‘사문진 주막촌’. 계류장(선착장)과 나룻배, 초가집 세 채를 두어 조선시대 나루터의 모습을 재현했다.

 

 

사문진 주막촌 

 

입구로 들어서면 우뚝 선 두 장승과 솟대가 옛 풍경을 선사한다. 가운데에는 사문진과 500년 세월을 함께한 팽나무가 가지를 넓게 뻗치고 늠름하게 서 있다. 옛 사공들은 이곳 팽나무에 밧줄을 매 나룻배를 정박시켰다고 한다. 선주들은 좋은 날을 골라 만선과 무사고를 기원하는 풍어제를 올리기도 했다.

 

사문진 주막촌 

사문진 주막촌 소원 쓰기 

 

 

팽나무 그늘에서는 초가로 단장한 주막이 나그네들을 반긴다. 평상에 앉아 막걸리와 파전, 두부 등을 먹으면 허기졌던 추억의 배가 두둑하게 불러온다. 가격도 5000원 안팎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 옛날 주머니 가볍던 보부상들의 시장기를 면하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사문진 주막촌 초가집 

사문진 주막촌 한상 

 

주막 옆에는 선착장이 있다. 이곳에서 나룻배를 타면 상류의 달성습지를 둘러볼 수 있다. 달성습지는 맹꽁이의 서식지이자 천연기념물 흑두루미의 도래지이기도 하다. 지난달 3일부터는 달성습지와 함께 강정보 디아크, 달성보 일원까지 돌아보는 유람선도 운행을 시작했다. 배는 하루 세 차례(13시·15시·17시, 주말 및 공휴일 12시~17시 매시 정각 출항) 낙동강 물길을 따라 유람을 떠난다. 강 위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특히 아름답다.

 

사문진 유람선 

 

여행정보

 

주소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로1길 42-1

전화 053-614-5481

입장료 무료

운영시간 10시~18시. 매주 월요일 휴무

 

주막 차림상

부추전 4000원, 손두부 5000원, 도토리묵 5000원,

소고기국밥 5000원, 비슬산 막걸리 1병 2500원

 

나룻배

매주 화요일 휴무, 6인 이상 시 출항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유람선

매주 월요일 휴무

주말 및 공휴일 12시~17시 매시 정각 출항

평일 13시·15시·17시 출항

어른 1만원, 어린이 6000원

 


 

 

+ 함께 가볼만한 곳

 

조선시대 마지막 주막

삼강주막

 

 

삼강주막 전경 

 

경북 예천군 풍양면의 삼강주막은 마지막까지 명맥을 유지했던 조선시대 주막이다. 삼강(三江)은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 세 물길이 만나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지명으로 조선시대 교통의 요지였다.

 

삼강주막은 고단함을 풀려는 뱃사공과 장사꾼, 선비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다 낙동강 위로 삼강교가 놓이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2005년 마지막 주모마저 세상을 뜨고 폐허처럼 방치됐으나, 마지막 주막이라는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경상북도 민속자료로 지정됐다. 2007년 예천군에 의해 관광지로 복원됐으며 지금은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막걸리에 배추전, 두부, 묵이 곁들여 나오는 ‘주모 한 상’이 인기다.

 

삼강주막 주모 한상 

 

 

1900년 경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삼강주막은 방 2칸, 부엌 1칸으로 규모는 작지만 그 기능에 충실하게 구성됐다. 부엌 안쪽과 바깥쪽 흙벽에는 주모의 외상 장부가 칼금으로 그어져 남아 있다.

 

삼강주막 부엌 

 

 

주막 뒤편에는 묵직한 회화나무가 그늘을 드리운다. 수령 5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목이다. 그 아래엔 크고 둥근 ‘들돌’이 놓여 있다. 나루터에서는 물류를 이동하는데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이 돌을 들 수 있는 정도에 따라 품삯을 책정했다고 한다.

 

주소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길 91 전화 054-655-3132

입장료 무료 운영시간 11시~19시

주막 차림상 주모 한 상(막걸리·두부·묵·배추전) 1만4000원, 국밥 500

삼강주막 들돌

 

한국관광공사 바로가기 http://kto.visitkorea.or.kr/kor/notice/cheongsachorong/SpecialTheme/choBoard/view.kto?instanceId=35&id=422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