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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인터넷 보고 명지병원 찾는 외국인 구글환자

안청장 2014. 1. 3. 10:44

 

인터넷서 치료법 봤어요… 한국 찾는 '구글(Google) 환자'

<조선일보> 입력 : 2014.01.03 05:37

 

명지병원 안과 권지원 교수  결막성형술, 오타모반 환자 찾는 외국인

자국서 치료 포기한 외국인들… 구글 통해 논문 본 뒤 찾아와
기술 수준 높고 예약도 쉬워 외국인 환자 6%, 검색 후 방문

지난 31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명지병원 안과. 동양계 호주인 환자 제이슨(Jason·31)씨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든 꼭 고치고 싶었습니다. 이제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요."

회계사 제이슨씨는 평소 눈이 쉽게 충혈돼 항상 눈이 빨간 것이 마음에 걸렸다. 지난 3월 미국까지 건너가 소위 '눈 미백수술(눈 표면의 혈관을 일부 없애 눈동자를 하얗게 만드는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이후 오히려 눈동자 일부가 너무 하얗게 보여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술한 미국 의사에게 문의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호주의 유명한 안과 의사들도 찾아다녔지만 특별한 병이 아니어서 고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제이슨씨는 당시를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호주인 제이슨(왼쪽)씨가 이 병원 안과 권지원 과장으로부터 눈의 얼룩을 없애기 위해 받은 결막 성형수술 경과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호주인 제이슨(왼쪽)씨가 이 병원 안과 권지원 과장으로부터 눈의 얼룩을 없애기 위해 받은 결막 성형수술 경과 설명을 듣고 있다. /이진한 기자
제이슨씨는 답답한 마음에 구글을 검색하다가 눈 흰자위 점을 지울 수 있다는 이 병원의 안과 전문의 권지원 과장의 논문을 발견했다. 그는 지난 5월 논문에 있는 이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냈고, 권 과장과 50여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수술받기로 결심하고 한국으로 왔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처럼 구글 검색을 통해 우리나라로 치료받으러 오는 이른바 '구글 환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 의료진의 치료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면서 해외에 있는 환자들이 직접 구글을 검색해 우리나라 의료진을 찾아오는 것이다.

권지원 과장에게는 제이슨씨뿐 아니라 미국·캐나다·말레이시아·베트남 등 세계 각지에서 10명 가까운 구글 환자들이 찾아왔다. 권 과장이 미국 안과학회 등에 세계 최초로 발표한 '결막모반' '오타모반(눈 흰자위에 생기는 점)' 제거에 대한 논문을 본 환자들이었다. 이 병은 그간 치료법이 마땅치 않아 치료를 시도하는 의사가 세계적으로 거의 없었다.

눈 흰자위에 큰 점이 생긴‘오타모반’환자의 성형술 전(위)·후 사진.
눈 흰자위에 큰 점이 생긴‘오타모반’환자의 성형술 전(위)·후 사진. /명지병원 제공
2010년에는 캐나다인 바틀리(23)씨가 눈 전체를 덮은 큰 점을 없애는 수술을 받고 돌아갔다. 그녀는 캐나다에서는 치료법이 없다고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베트남인 두옹티안다오(22)씨도 세계 곳곳에서 치료법을 찾다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권 과장 논문을 접하고는 오타모반 수술을 받고 돌아갔다. 요즘에도 세계 각지의 환자들이 권 과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지를 타진한다.

권지원 과장을 찾아오는 환자뿐만 아니라 명지병원 해외 환자의 5%가량이 이런 구글 환자다. 지난해 초에는 발기부전으로 고생하던 미국인 남성이 비뇨기과 전문의 김세철 원장의 논문을 보고 찾아와 진료를 받았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도 연 인원 4만명에 이르는 외국인 환자 가운데 250건 정도는 환자가 직접 인터넷 등을 검색해서 병원을 찾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 아산병원은 작년에 중계 기관을 통하지 않고 온 해외 환자 1681명 대다수가 인터넷 검색과 소문을 통해 찾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구글 등을 통해 의료 기술을 검색한 뒤 우리나라 의사를 선택해 치료받으러 오는 현상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해외 환자의 6% 정도가 본인이 직접 인터넷을 검색한 후 병원을 찾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구글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진료 예약 등이 쉬운 한국의 의료 시스템 덕분이기도 하다는 것이 의료계 얘기다.

권 과장이 "고칠 수만 있다면 한국으로 비행기 타고 기꺼이 오겠다는 환자들이 늘고 있어 의료도 글로벌 시대임을 실감한다"면서 "해결책이 없어 고민하던 환자들이 치료 후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구글 환자(Google patient)

구글 등 인터넷을 직접 검색해 자신의 질환을 치료할 의료진을 찾아가는 환자를 말한다. 국경을 넘는 경우도 많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의학 논문 등 자료도 풍부해지면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