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보다 환자 마음 치료 먼저 배우는 의대 새내기
[중앙일보] <2010. 3. 12>
관동대 신입생들 명지병원에서 ‘참의사 연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사랑 속에서….”11일 오후 1시30분 인천광역시 연수구 동춘1동 영락전문요양센터 2층 강당.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춰 ‘독도는 우리땅’ ‘내 마음 별과 같이’ 등의 노래가 이어졌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은 관동대 의대 신입생 6명, 관객은 치매노인 20여 명. 상당수 노인은 중증 치매를 앓고 있어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학생들이 ‘네박자’를 합창하자 휠체어에 의지한 한 할머니가 온몸으로 리듬을 맞춘다. 노래 공연은 30분 후에 끝났다.
“고향이 어디세요.”(학생 김준형·19)
“안양이야.”(편영숙·65·여)
“저는 춘천인데 닭갈비가 유명해요.”
“거긴 안 가봤어.”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돼 할머니가 아프시면 여기로 와서 치료해 드릴게요. 주치의가 될래요.”
편씨는 이날 따라 정신이 맑았다.
학생들은 관동대 의대 신입생이다. 관동대 의료원이 만든 ‘가치관 재정립을 위한 체험 연수’ 프로그램에 따라 이날 요양센터에서 봉사를 했다. 이 학교 신입생 50명은 8일부터 5일간 서울시립 어린이병원에서 간병을 하고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환자 체험을 했다. ‘의료 지식을 배우기 전에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봉사정신부터 익히라’는 관동대 의대의 실험이다. 관동대 의료원 이왕준 원장은 “의대생들은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는 수재인데, 이들이 의학 지식과 어줍잖은 의료 기술을 터득해 ‘기능인 의사’가 되지 말고 환자의 아픈 마음까지 보듬는 ‘참의사’가 되는 것을 돕기 위해 이런 과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어린이병원 간병 체험이 기억에 남는 모양이었다. 김준형씨는 “30대 뇌성마비 환자를 보고 눈물을 참았다”며 “환자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 전에 땀을 흘리는 의사가 되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관동대학교 의과대학은 신입생에게 요양원 노인 수발, 어린이 병원 간병 등 사회봉사를 먼저 가르치고 있다. 11일 인천 영락요양센터에서 1학년 김천씨가 할머니와 함께 종이 접기를 하고 있다. [인천=강정현 기자] | |
이날 오후 3시30분 고양시 화정동 명지병원 신관 7561호. 관동대 의대 최봉석(19) 학생이 침대에 누워 있다. 환자복을 입고 왼쪽 팔에는 링거를 꼽고 있다. 최씨는 이날 오전 9시 외래 환자로 접수해 성형외과 진료를 받고 방사선 촬영, 혈액·심전도 검사 등을 받고 입원했다. 어떤 때는 이동용 침대에 누워 검사실을 돌았다. 점심에는 환자식을 먹었다.
최씨는 “입원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불편했다. 여러 군데를 찾아 다니며 검사하는 게 특히 그랬다”며 “의사가 됐을 때 환자의 고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밤 관동대 의대 선배와 교수가 참여한 자리에서 촛불을 켠 채 ‘참의사’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12일에는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이런 의지를 발표하고 타임캡슐에 그 약속을 담는다. 이 캡슐은 명지병원 로비에 보관하다 학생들이 6년 뒤 의사가 될 때 열어볼 예정이다.
글=인천=신성식 선임기자
사진=인천=강정현 기자
참의사의 길 프로그램
특강
- 산악인 허영호=주제는 ‘도전과 삶’
- 이정호 신부(외국인노동자 복지센터 ‘샬롬의 집’ 관장)= ‘소외된 이웃에 관심과 배려’
- 김현수 사는기쁨 신경정신과 원장=‘참의사의 길’
- 정원진 목사=‘나의 삶 나의 미래’
체험
- 일일 환자 체험(명지병원)
- 어린이병원 간병(서울시립 어린이병원)
- 치매환자 수발(인천 영락전문요양센터)
기타
- 체험 UCC 만들기, 역할극, 영화제작
- 참의사의 길 다짐 담은 타임캡슐
- 부모님께 다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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