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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명지병원 의료진 전원 '1일 환자 체험'

안청장 2009. 8. 4. 05:30

의사가 겪어본 ‘기다림의 고통’

명지병원 의료진 전원 '1일 환자 체험'

"155분 중 105분 대기" 시스템 개선 



대형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3시간 기다렸다가 3분 진료받는다’라는 말이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 병원에서야 대대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환자 처지에서는 생각이 좀 다른 게 현실. 접수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진료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린 다음에는 의사와 짧은 몇 마디를 나누면 처방전을 들고 검사실로, 약국으로 거대한 건물 사이를 어렵사리 찾아다녀야 한다. 이런 생각에 공감한 관동대 의대 명지병원은 120여 명인 의사 전원을 포함한 의료진과 창구 직원 등 모든 병원 종사자가 하루 동안 환자로서 병원 진료를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을 3일부터 가동했다.

○ 지루한 대기, 찾기 힘든 검사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황희진 교수(35)는 3일 오전 9시 병원 접수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10여 분간 기다렸다. 정형외과 진료가 선택됐고 황 교수는 접수증을 들고 다시 정형외과 진료실에서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황 교수는 “작년에 우리 병원에 잠깐 입원했을 때는 곧바로 병실로 가서 쉽게 입원했는데, 이렇게 절차가 복잡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친한 동료 의사지만 이날은 ‘하늘 같은’ 선생님이란 생각에 별로 질문도 하지 못하고 20분간 기다렸다 시작된 진료는 고작 3분 만에 끝났다. 그는 검사의뢰서 2장을 들고 각각 흩어져 있는 채혈실과 ×선 검사실을 찾아다녀야 했다. 채혈실에 도착했지만 1층 수납창구에서 검사비를 먼저 계산하고 와야 한다는 말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다시 검사실로 와서 20분을 기다린 끝에 피를 뽑을 수 있었다.

채혈과 ×선 검사를 끝내고 다시 정형외과에서 20여 분을 기다린 끝에 의사를 만나 최종 입원판정을 받았다. 다시 수납창구에서 20분을 기다려 입원 수속을 밟은 뒤 병실로 올라가는 것으로 그의 일정이 끝났다. 오전 9시에 시작한 황 교수의 체험은 오전 11시 35분에야 끝이 났다.

○ 병원 체류 시간 중 대기시간이 68%

황 교수가 병원에 도착해 입원할 때까지 걸린 155분 중 대기하는 시간은 68%로 약 105분이었다. 그는 “몸이 아프다고 가정하고 체험을 한 것이라 다행이지 아픈 사람이 이렇게 오래 기다리면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절차를 더 간소화해 대기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병원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3시간 대기, 3분 진료’를 굳이 들춰낸 것은 이 병원의 이왕준 신임 이사장(45)이다. 이 이사장은 “진료의 핵심인 의사들이 모두 환자 처지에서 병원을 이용해 봐야 그들의 불편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가지 개선된 점도 많지만 환자들이 여전히 ‘대기 시간이 길다’고 느낀다면 병원의 책임”이라며 “‘환자 중심’의 병원이 되려면 환자의 시각에서 느끼는 불편한 점을 모두 고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당장 이날 나온 지적에 따라 흩어져 있는 검사실을 한데 모으고 검사실에 수납창구를 마련해 환자들의 이동 거리와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무인 수납창구를 확대 설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