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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를 백두산에서 했습니다. 매일 뜨는 해인데 뭐 특별한 것이 있으련만, 백두산에서 첫해를 맞으면, 거기서 소원을 빌면 뭐든 이뤄지리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눈길을 헤치고, 영하 이십 몇 도를 견디고서야,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로 솟아오르는 해를 보았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눈썹이 하얘지고 콧물이 얼어붙는데도 눈물은 멈춰지지 않았습니다. 소원을 빌었습니다. 노력한 만큼만 얻게 해 달라고, 노력하고 노력하자고. 그것은 소원이자 다짐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다시 백두산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눈 속에 숨겨져 보지 못했던 백두의 맨살을 만져보겠다고, 백두가 키워내는 나무와 풀과 꽃들을 보겠다고 말은 그렇게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헐거워진 다짐을 다잡기 위해서이기도 했지요.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 다 이루는 것은 아니라고,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었는지도 모르지요. 그걸 숨기기 위해 호랑이 보러 간다고 말했습니다. 백두산 호랑이를 보고야 말겠다고 큰소리쳤지요. 그리 말하고 나니, 호랑이를 보고나면 의기소침했던 마음도 주눅 들었던 마음도 잃어버린 용기도 모두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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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입구 마을 바이허(白河)에 도착한 것은 해가 질 무렵이었습니다. 쭉쭉 뻗은 미인송들 사이를 지나 서쪽 백두산으로 향합니다. 산장까지 가려면 세 시간 넘게 산길을 달려야 합니다. 차는 자주 진탕에 빠졌고, 그때마다 차에서 내려 진창 속을 헤매야 했습니다. 차가 진창에서 헤매는 사이 나는 차 뒤꽁무니에 서 있습니다. 돌아보니 왔던 길은 검고 아득하기만 합니다. 몸은 으슬으슬 떨리고 무섬증까지 입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습니다. 어둠에 익숙해진 걸까요, 주위가 조금씩 밝아지는 것 같습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수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강물처럼 느린 발걸음으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더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별빛을 받은 내 몸은 조금씩 온기를 되찾습니다. 별빛만으로도 이렇게 훈훈하고 환해질 수 있다니요. 내 머리를 그윽하게 비춰주고 있는 별빛. 하지만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별들의 표정은 어쩐지 슬퍼 보입니다.
백운산장은 서파(西坡: ‘파'는 고개란 뜻으로, 중국 쪽에서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길은 크게 북파와 서파 두 코스가 있다)에 있는 유일한 숙소입니다. 낡은데다 기괴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산장 계단에는 불빛을 찾아 날아 들어온 온갖 나방들의 시체가 즐비합니다. 나는 손바닥만한 나방 하나를 머리맡에 올려놓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밤이 깊으면 어느 숲 사냥을 나선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들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죽은 나방이 놀란 날갯짓을 하며 깨어날지도 모르지요. 산장에는 무서운 정적과 어둠만이 지친 몸을 더욱 무겁게 누르고 있습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머리맡에 있던 나방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내가 잠든 사이 호랑이의 기척을 느끼기라도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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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파 산문을 지나 자작나무 숲길을 지나자 완만한 고산지대가 펼쳐집니다. 여름이면 큰원추리며 금불초며 금매화 같은 야생화가 만발한다고 했는데, 이미 서리를 맞은 꽃들은 색을 거두고 씨방을 터뜨려버렸습니다. 드문드문 이른 추위를 견뎌낸 노란만병초꽃을 본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능선을 타고 청석봉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민숭민숭한 능선은 어쩐지 동물적입니다. 커다란 몸집의 동물이 막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는 것처럼, 다부진 근육 하나하나가 불끈거리듯 솟아 있습니다. 능선을 타고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집니다. 짙고 어두운 구름 사이를 겨우겨우 나아갑니다. 청석봉에 올랐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다른 봉우리들도 천지도 구름 속에 숨어버렸습니다. 그저 돌기둥 하나와 무너진 철조망이 보일 뿐입니다. 조선과 중국을 가르는 5호 경계비입니다. 나라 간의 경계가 이렇게 간단하다니요. 문득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철조망을 생각합니다. 철새들이나 자유로이 건널 수 있는 두껍고 삼엄한 철조망. 그리고 그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그리움만 간직하고 사는 많은 이들을 생각합니다. 이 철조망을 건너 계속 가다보면 누군가 만날 수도 있을 텐데요. 나는 심술부리는 아이처럼 괜히 철조망을 발로 차버립니다. 경계란 이렇게 하찮은데 말입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청석봉을 내려옵니다. 여차하면 다시 올라갈 심산으로 구름의 움직임을 훔쳐보며 되돌아보지만, 구름은 좀처럼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금강계곡에 들어서자 물기를 가득 품은 숲 냄새가 진하게 퍼집니다. 그리고 나는 보았습니다. 두 그루의 전나무가 서로의 뿌리를 휘감은 채 서 있는 것을. 나무 기둥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가지가 완전히 한몸으로 합쳐진 부분도 있습니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제 뿌리를 들어올리면서까지 서로에게 다가간 것일까요. 그리움이 깊으면 제 몸의 경계까지 허무는 걸까요. 전망대에 서서 기묘한 형태의 송곳바위와 천길만길 낭떠러지를 보면서도 내내 지독한 그리움에 대해 생각합니다. 깎인 듯 넘어진 듯 솟아나고 파인 용암계곡과, 그 사이를 우렁차게 흐르는 계곡물을, 한 몸이 된 전나무가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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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백두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바이허(白河)로 나가야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백운봉 녹명봉을 밟으며 천문봉으로 이동하고 싶지만 기상 때문에 갈 수가 없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그 진창길을 또 지나가야 했습니다. 나를 감싸주는 별빛도 없을 텐데요. 단조로운 길은 지루하기만 합니다. 졸음이 오려는데 무언가 잔뜩 넣은 부대를 어깨에 지고 내려오는 인부들이 나타났습니다. 들여다보니 이제 막 수확한 잣송이입니다. 멀리 장삼을 심기 위해 화전을 하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길을 정비하는 사람들도 스쳐 지나갑니다. 사람들이 보일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묻습니다. “호랑이 봤어요? 호랑이가 정말 있기는 한 걸까요?” 그랬더니 그들은 말없이 내 손에 무언가를 올려놓고 갑니다. 내 손 위에는 잣송이와 가느다란 삼과 작은 돌멩이가 놓여 있습니다.
북파 산문을 통과했습니다. 천문봉 기상대까지 가는 길에는 땅에 허리를 대일 듯 구부러진 봇나무와 그 가지 아래 만병초가 가득합니다. 봇나무와 만병초에는 손녀를 의심한 채 바위 위에서 죽어버린 백 노인과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백두산 봉우리를 오르다 죽은 설화의 전설이 숨어 있습니다. 백 노인은 하얀 봇나무로 다시 태어나 결백한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듯 푸른 만병초를 감싸 안았습니다. 오해와 불신이 그들의 사이를 갈라놓게 되리라는 것을 그들은 죽어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백두산 가득한 봇나무와 만병초는 화해하지 못하고 죽은 이들이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다시 태어난 넋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봇나무와 만병초가 나와야 오해를 풀고 서로를 감싸 안을 수 있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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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대에 도착했을 때는 어둠이 내려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억센 바람 때문에 오래 서 있을 수도 없습니다. 백두는 성을 내는 사람처럼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몸을 꼭 닫아버린 채 내쫓으려는 걸까요.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산의 기세에 짓눌린 채 기상대로 몸을 피합니다. 창을 두들기는 바람줄기는 꼭 포효하는 포유동물의 울음소리 같습니다. 나는 두려워집니다. 포기하게 될까봐, 영영 돌아서고 말까봐, 마음은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잠결에 내 머리를 쓰다듬는 거친 손길을 느낍니다. 그것은 꼭 오래전 매질을 한 후 상처를 쓰다듬어주던 아버지의 손길 같습니다. 투박하고 옹이진 손이지만 용서와 위안을 담은 그 두툼하고 넓은 손길.
구름과 바람이 심상치 않다 싶더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개었는가 싶으면 또다시 빗줄기가 내리꽂히고 구름이 걷히는가 싶으면 또다시 진군해온 구름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내려가야 하는 걸까요. 마음이 자꾸 조급해집니다. 용기를 냈습니다. 우비를 걸쳐 입고 무작정 천문봉으로 향했습니다. 비바람쯤이야, 올 테면 오라지. 누군가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자꾸 그렇게 말했습니다. 말은 의지가 되고, 의지는 힘이 되고, 힘은 두려움을 가져갔습니다.
싸늘한 바람이 자꾸 옷 속을 후벼 팝니다.나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찬 바닥에 앉아 비와 바람과 구름을 견뎌냅니다. 내 몸을 후려치던 바람이 구름을 거두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능선이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천문봉 바로 옆의 화개봉과 용문봉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천지. 구름 사이 살을 펼친 햇살에 오묘한 색으로 반짝입니다. 구름을 거두어간 것은 나를 흔들던 바람이었습니다. 바람이 없었으면 구름도 계속 머물고만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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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들이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대문처럼 솟은 용문봉, 사슴들이 뛰놀며 울 때면 고운 메아리가 퍼진다는 녹명봉, 해맑은 날에도 온종일 흰구름이 감돈다는 백운봉이 보입니다. 그리고 조선과의 경계비가 서 있던 청석봉은 백두의 옥기둥이라 불립니다. 거기서부터는 한반도입니다. 엎드린 호랑이를 닮은 와호봉과 옹기종기 모인 뭇봉우리가 면류관 같다 해서 붙여진 관면봉, 그리고 백두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장군봉도 보입니다. 이름과 전설은 다르지만 내 눈엔 모두가 장군들인 것 같습니다. 천지를 수호하는 장군들 말입니다.
조금씩 개던 하늘은 이제 구름 한 점 없이 파랗습니다. 바람도 잠잠합니다. 이제 천지로 가보아야겠습니다. 천지의 색은 검은 듯 푸른 듯하다가는 붉은 봉우리 그림자에 붉게 물들기도 합니다. 저 멀리 조선과 중국의 5호경계비가 있는 청석봉이 보입니다. 대각선에는 6호경계비가 있다지요. 두 개의 경계비를 이으면 천지를 반으로 가르는 물 속 경계선이라고 합니다. 나는 그때까지 천지는 온전히 조선 땅인 줄만 알았습니다. 백두를 남동, 북서로 나누어가진 것도 억울한데, 천지까지 나누어지다니요. 청석봉에서 내가 무심히 찼던 철조망이 결코 허술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한반도에 그어진 철망보다 더 무섭고 위험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 역사마저도 옭아맬 테니까요. 한편으로는 땅과 역사가 분쟁이 되는 비극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세계의 수많은 전쟁들이 거기서부터 출발했으니까요. 내겐 그저 천지가 천지였으면 좋겠습니다. 곰과 사슴이 물을 먹기 위해 모인다고도 하고, 용궁과 용왕이 있다고도 하고, 흑룡과 싸워 이긴 백장수와 공주가 산다고도 하고, 알 수 없는 괴물이 출몰한다고도 하는 천지 말입니다. 천지 물에 손을 담급니다. 차가운 기운이 손끝을 타고 찌르르 올라옵니다. 억울함과 불안함과 조급함도 함께 맑아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꼭 목을 축이러 온 한 마리 짐승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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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물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봅니다. 달문을 통과한 천지물은 장백폭포로 시원하게 떨어집니다. 그 물은 백두를 적셔 나무와 꽃을 키워내고 짐승들을 감싸 안겠지요. 백두를 키워내고 남은 물은 송화강으로 흘러들어 대지와 인간들을 키우겠지요.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조선족은 물론이고 말갈족, 여진족, 만주족 할 것 없이 간도 땅에 자리잡은 모든 인간들을 키웠을 겁니다. 사슴이며 곰이며 호랑이며 할 것 없이, 목마른 짐승들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제 젖을 나누어주었겠지요.
웅장하게 떨어지는 장백폭포 아래에 서서, 나는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소리는 내게 위안과 함께 용기를 주고 있었습니다. 천지물이 흘러가는 계곡을 따라 자작나무들이 사열하듯 서 있습니다. 은빛 기둥을 반짝이며, 황금빛 이파리를 떨구며, 사삭사삭 물사품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물을 내려다봅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천지를 탓하지도 못했고, 새 소원을 빌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든든합니다. 빈손이 아닙니다. 내 손엔 이미 백두가 키워낸 잣송이와 장삼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천지가 내 손에 들어찹니다. 경계도 없고, 분쟁도 없고, 억울함도 없는, 천지 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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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 산문을 되짚어 나오는데 누가 호랑이를 보러 가겠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지프차를 타고 들어가서 호랑이에게 먹이를 던져줄 수도 있는 공원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호랑이는 이미 내 속에 있었습니다. 백두를 오르면서, 바람을 견디면서, 비바람 속으로 뛰어들면서, 천지 물을 마시면서, 호랑이는 내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지요. 내 속에 호랑이는 기다림이며, 간절함이며, 끈질김이며, 그 모든 것을 견딜 용기입니다. 백두에 서면, 천지에 이르면, 눈물을 흘리거나 소원을 빌 것이 아닙니다. 한 마리 호랑이가 내 속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면 될 일입니다. 가슴을 쭉 내밀고 말입니다.
어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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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 1절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로 한반도의 남쪽 사람들은 살아 수없이 듣고 노래하고 상상하고 그려보는 백두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은?” “백두산!” “높이는?” “이천칠백사십사 미터!” 초등학교 때쯤부터 수없는 질문과 답으로 우리들의 일상 속에 각인되어 있는 산. 하지만 대부분의 남한 (북한 사람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듯) 사람들은 그저 이렇게 불러만 보다 생각만 하다, 뒷동산처럼 높이만 되풀이 얘기하다 단 한 번 가보기도 힘든 산이 된 백두산.
백두산(白頭山)의 우리말 풀이는 ‘흰머리뫼’로 산꼭대기가 거의 1년 동안 흰눈으로 덮여 있는 데서, 혹은 산 정상 부근이 흰색의 부석(浮石)으로 이루어진 데서 연유한다. 문헌에 기록된 최초의 백두산 이름은 불함산(不咸山)으로, ‘하늘에 계신 하느님의 산’을 뜻한다. 또 까맣고 신비한 산이라 하여 개마대산(蓋馬大山), 한얼과 한배를 모두 아우른 산이라 하여 도태산(徒太山), 크고 흰 산이란 뜻의 태백산(太白山) 등등 역사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져 왔다. 백두산이 최초로 백두산이라 불린 것은 고려 광종 때부터로 기록되고 있으며 요즘 중국에서는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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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서 무엇보다도 많이 보는 것은 산 자체보다 천지(를 찍은 사진)다. 천지 수면의 해발고도는 2,155m, 남북 길이 4.9km, 동서 길이 3.5km, 수면 둘레 14km에 평균 물 깊이 200m, 가장 깊은 곳은 384m, 평균 수심 204m, 수면 면적 9.2㎢, 평균 수온 2.2℃…, 천지의 신비를 보여주는 수치 (자료들마다 약간씩 다르다)들인데 서울 여의도 면적이 8.4㎢라고 하니 천지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쉽게 짐작해볼 수 있겠다. 천지의 신비는 그 규모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담긴 물에도 있다. 천지의 총 적수량은 약 20억 ㎥로 그중 약 60%의 물은 비나 눈이 내리거나 녹은 것이며 40%는 지하수 즉, 샘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 높은 위로 그 많은 샘물이 흘러나오고 있다니! 이 물은 달문을 지나 높이 67m의 장백폭포로 사철 쏟아져내린다. 천지(天池), 그 이름만큼 신비하고 장엄한 산정호수가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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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특히 천지 부근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답게 날씨의 변화도 극심하다. 하루에 몇 번씩일 때도 있다. 연평균 기온은 6~8℃, 여름 최고기온 18∼20℃, 1월 평균기온 -23℃(최저 -47℃). 북서풍과 남서풍이 강하게 부는 때가 많고 최대 풍속 초속 40m에 연중 강풍 일수는 270여 일이며 천지 부근엔 강한 돌개바람이 부는 때가 많다. 남쪽의 더운 공기와 몽골지방에서 오는 찬 공기가 마주치면서 안개가 많이 끼는데 7~8월에 안개가 끼는 날은 약 30일 정도, 구름이 많고 천둥현상이 잦으며 주로 눈·비를 동반한다. 연평균 강수량은 1,500mm, 9월 하순부터 5월까지 눈이 내리는 겨울 날씨가 8개월 정도 계속된다. 이런 날씨, 기후 탓에 온전히 천지를 볼 수 있는 날은 1년 중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천지에서 만난 조선족 사진사 청년, “운 엄청 좋슴다. 천지 보러 왔다 그냥 가는 사람 천집네다.”
해마다 백두산 찾는 사람이 늘어 요즘에는 대략 연간 20여 만명, 그 중 한국인들이 7만 명 정도라 한다. 중국에서는 중국 10대 명산으로 지정, 중국인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백두산, 아니 장백산은 그저 동북 지방 변방에 있는 한 신기한 산 정도일 뿐, 그래서인지 중국 영토를 이용해 장백산으로 가는 길 곳곳마다에서는 어떻게든 관광자원화해 수입을 올려보고자 하는 흔적들이 널려져 있었다. 해발 2,670m, 천문봉 바로 밑까지 포장이 되어 동네 뒷산보다 적은 걸음으로 쉽게 오를 수 있게 된 천지. 중국인들에게는 차를 타고 구두를 신고 올라 기념사진 한 장 찍고 내려오는 행락지가 된 지 오래된 듯했다. 세상에 백두산 천지를 이렇게 쉽게 오르다니! 주변엔 필름통과 비닐포장지들이 쉽게 발견된다. 천지를 민족의 혼이 담긴 성소로 생각하고 오른 사람들에게 백두산, 천지의 처지는 충격적일 수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