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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공공·필수의료, 민간병원 역할 늘려야 산다”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인터뷰

안청장 2023. 11. 14. 13:50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명지병원

 

병원은 사람이 몰리는 수도권으로 향하고, 병원 안에선 의사가 특정과로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공공의료와 필수의료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공공·필수의료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한 민간병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쿠키뉴스는 지난 10일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명지병원이 공공의료에 집중하는 이유와 이를 통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역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명지병원은 치매 진단·치료·재활 통합센터인 백세총명학교와 함께 수도권 최대 규모 소아재활센터를 10년째 이끌고 있다. 또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경기도 광역치매센터, 경기 북서부 해바라기센터, 경기북부 경찰마음동행센터, 안산 온마음센터 등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
 
이어 올해 초엔 경기도의 의뢰를 받아 경기북부에서 유일한 장애인구강진료센터(장애인치과)를 개설했다. 최근에는 충북 제천 명지병원에 심뇌혈관센터를 비롯한 응급의료센터를 구축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필수의료 환경을 조성했다. 

이 같은 행보를 통해 명지병원은 지난달 국제병원연맹(IHF) 세계 총회에서 ‘IHF 어워즈 2023’을 수상했다. 명지병원의 IHF 어워즈 수상은 지난 2015년 이후 4번째다. 올해는 지역사회 치매 관리 프로그램을 높이 평가받아 사회공헌부문 최우수상을 획득했다. 

이 이사장은 “의료기관의 위상과 가치는 궁극적으로 공공적 역할로써 평가 받는다”면서 “진료기능 외 어떠한 공공의료 역할도 주어지지 않는 민간병원의 상황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필수의료가 공공의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수행에 있어 공공병원, 민간병원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의료 공공성을 키우려면 민간병원의 역할을 확장하거나 참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세총명학교 활동수업 시간. 치매 환자들이 한국의 전통 춤을 배우고 있다. 명지병원


다만 민간병원이 공공·필수의료 인프라를 갖추려면 정비해야 할 점들이 있다. 이 이사장은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의료 시설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민간병원이 손실을 감수하고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공공의료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부 조직원들의 동의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돈이 안 된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라는 지적을 안고 사업을 강행했는데 결국 사명감만으론 사업을 지속하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명지병원은 오히려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쳤다. 병원 인근인 고양시 덕양구에서 시작한 사업을 경기도 광역치매센터 위탁으로 확장했고, 지방으로 나아가 제천 등에 치매전문요양병원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본원은 지난 2021년 국내에서 네 번째로 국가 뇌조직은행(치매뇌은행)으로 지정 받을 수 있었다. 치매 사업을 수직계열화해 공공의료 사업을 병원 전체 사업의 일부가 되도록 다졌다. 이 이사장은 공공의료 활동을 고립시키지 않고 다른 사업과 연계하면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이사장은 “사업 확대 전략이 확산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료에 공을 들이는 병원을 적극 밀어주고 의료기관 평가에서도 가점을 줘야 한다”며 “공공기관과 민간병원이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공공의료 가산 수가 제도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접근성이 떨어진 곳일수록 인건비가 올라가는 만큼 이를 보전할 수 있는 가산 수가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충분한 보상체계가 있어야 병원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열린 충북 제천 명지병원 심뇌혈관 및 응급의료센터 개관식 현장. 명지병원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