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 감염관리 및 위기대응 국제심포지엄 성료
16일, 국내외 관계자 200여 명 참석 개선안 모색
민간 최초 ‘감염관리 및 위기대응 연구소’ 개소
메르스 국내 발생 1주년을 앞두고 지난 16일 개최된 명지병원 감염관리 및 위기대응 국제심포지엄이 국내외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을 이뤘다.
서남의대 명지병원은 16일 메르스 발생 1주년을 계기로 민간 최초의 ‘감염관리 및 위기대응 연구소’의 문을 열고, 이를 기념해 이날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감염관리와 위기대응에 대한 개선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미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의 관련 전문가와 국내 전문가들이 모여 감염관리와 위기대응에 대한 각국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바람직한 개선안을 함께 모색하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와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시스템에 대한 재정비 방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재점화하는 자리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상시적인 위협 속에서도 아직 우리나라는 체계적 대응책 마련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아시아권 국가인 싱가포르, 일본의 신종감염병 대처 상황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양성 등 구체적인 사안에서 여전히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1부 ‘감염관리’ 세션에서 싱가포르 탄톡셍 국립병원 브렌다 앙(Brenda Ang) 교수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이후 싱가포르의 의료 시스템 발전상을 발표했다.
당시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했지만, 사스사태를 겪고 나서 보건부와 의료계가 추가감염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사항부터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싱가포르는 신종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환자 이동 경로, 사용한 보호장비 처리 방법, 사망자 처리 등에 필요한 관련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고, 메르스의 경우 현재 단 1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브렌다 앙 교수는 "신종감염병은 항상 대비해야 하고, 새롭게 개발된 기술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며 "미생물 전문의 등 감염병 관리 전문가도 사스 이후 2배 이상 확보했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 사토시 쿠수나(Satoshi Kutsuna) 교수는 일본의 신종감염병 대응 체계를 소개했다. 일본은 감염병을 위험성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대응하고 있는데, 에볼라 바이러스는 1군, 메르스, 사스는 2군, 콜레라는 3군,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는 4군 감염병에 포함됐다.
사토시 쿠수나 교수는 "국제공항과 인접한 곳에 신종감염병 대응 의료기관을 운영해 외국에서 들어오는 국민의 검역을 철저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검역 법령에 따라 여행객은 감염병 증상이 있으면 최대 21일까지 격리가 되고, 1일 2회 측정을 통해 추가감염을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감염병 관리 전문가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현재 일본에는 약 400명의 감염내과 전문의가 있다. 그러나 최첨단 검사장비를 이용해 신종감염병을 신속·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관련 의료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사토시 쿠수나 교수는 "감염병은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교육 프로그램 제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연자로 나선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는 메르스 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감염병 위기 대응 거버넌스 변화로 ▲위기경보 단계별로 대응체계 개편 ▲감염관리실 설치 대상병원 기준 상향 ▲감연관리 인력 기준 강화 ▲감염관리 수가 반영 폭 확대 등을 소개했다.
위기경보 단계별로 대응체계 개편은 주의 단계와 지역사회전파인 감염 단계에서 기존 질병관리본부가 중앙방역대책본부를 꾸리던 것을 국무총리 주재 범정부회의를 열어 복지부(관리대책본부), 안전처(지원대책본부), 질본(방역대책본부) 등 부처가 함께 대응하는 것으로 개편됐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됐고 기획조정과와 위기소통담당관, 긴급상황센터 등의 직책과 부서가 신설되거나 변경됐다. 역학조사관 확충, 감염병 전문병원 및 음압격리실 확충 등도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인력에 대한 구체적 충원, 교육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준만 변경됐기 때문에 현재 감염병 관련 전문 인력의 확보는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감염병의 유행은 질병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서울대학교병원 오명돈 교수는 “신종 감염병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여러 가지 분야를 훈련 시킬 수 있는 새로운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감염병에 대한 전문적 지식뿐 아니라 사회, 정치적인 글로벌 안목과 소통하고 조율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안전처 특수재난실 유재욱 특수재난정책담당관은 “감염병 재난의 경우 중앙콘트롤 타워의 부재로 위기 발생 시 부처와 민간이 협업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안전처가 중앙콘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는 방향 아래 특수재난실 조직이 신설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풍이나 홍수같이 어느 정도 예견이 되는 재난과 달리 예고 없이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행정가가 아닌 민간의 완성된 전문가를 문제 해결에 투입하기 위해 관련 분야 기관, 단체, 협회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소속전문가를 활용하고 중앙, 지역 민관협력위원회와의 연계로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재욱 담당관은 “공유 플랫폼만 제공을 하고 나머지는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미국 CDC 소속의 데이비드 웡 박사, 대만 CDC의 안젤라 후앙 박사 등 각국의 감염관리 전문가들이 자국의 신종감염병 대응 현황을 소개했다.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
한편, 이날 국제심포지엄에서 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2009년 신종플루와 지난해 메르스 등의 사태에 선제적 대응시스템을 통한 성공사례를 보다 더 업그레이드 해 진전된 경험을 공유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며 “메르스 이후 내부 시스템 점검을 통해 보다 발전된 의미의 감염관리 및 위기대응 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앞으로도 명지병원은 새로운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상황과 전체 의료시스템을 위협하는 공중보건의 위기대응책을 업그레이드하는데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홍정용 회장
대한병원협회 홍정용 회장은 축사를 통해 “신종플루 창궐 당시부터 감염관리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메르스 사태 대응의 모범적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며 “명지병원의 높은 능력을 바탕으로 설립된 ‘감염관리 및 위기대응 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감염관리 및 위기대응 수준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데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병 IICER소장
서남의대 명지병원이 이날 문을 연 ‘감염관리 및 위기대응 연구소’(IICER; Institute for Infection Control and Emergency Response)는 신종 감염병 발생 및 원 내외 감염 전반에 대한 능동적 대응력 강화를 위해 전문적인 연구, 개발, 교육 등의 역할을 하는 연구기관이다. 기초이론 연구보다는 임상에 즉시 적용 가능한 연구를 우선하는 조직으로 육성한다는 목표이다.
명지병원 감염관리팀 홍혜경 팀장
IICER은 '감염관리', '위기대응' 및 '커뮤니케이션'의 세 개 분과로 구성된다. 감염관리분과는 신종 감염병 및 원내 감염에 대한 모니터링과 예방, 치료 방안을 연구하게 된다. 위기대응분과는 감염병 발생 시의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대형 재난 이후 창궐하는 감염 질환 등을 연구 대상으로 한다. 커뮤니케이션분과는 감염병 발생에 따른 공중의 혼란 상황을 제어하고 정부 및 개인, 언론 등의 의사전달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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