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그 낯선 도시와 친해지기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세종시라고 낯설게 부르는 동네에 갔다. 여기저기 공사 중이라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안에서 보물찾기하듯 명소들을 찾아다니는 여정은 꽤 흥미로웠다.
글, 사진 박은경
세종시
세종시는 동쪽에 충북 청주, 서쪽으로는 충남 공주, 남쪽에는 대전, 북쪽으로는 충남 천안과 경계를 이루며 1읍 9면 3동으로 구분되어 있다. 중 가볼만한 관광 명소는 대부분 북쪽 전동면과 정부세종청사가 자리한 남쪽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자리했다.
대중교통으로 세종시 찾아가기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달리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북쪽의 대표 명소인 베어트리파크는 기차를 타고 전의역에 내려 시내버스 810번 또는 택시로 10분을 이동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조치원역에서는 택시로 15~20분쯤 걸린다. 세종호수공원, 대통령기록관 등이 모여 있는 신도시는 KTX오송역에서 내려 BRT(간선급행버스)를 타는 게 편하다. 정부세종청사까지 15분 정도 걸리고, 택시를 타면 2만원 가까이 나온다.
신도시를 둘러보는 방법, 어울링
세종시 신도시는 자전거로 돌아다니는 게 편하다. 공공자전거 대여소인 ‘어울링’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세종시는 33곳의 대여소와 470곳의 거치대를 운영하고 있어 도시 어디서나 빌리고 반납하는 것이 자유롭다.
자전거는 본인 명의 휴대폰 번호를 가진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1일권 요금은 1000원. 단, 대여 후 90분마다 단말기에서 반납과 재대여를 해야 한다. 재대여를 하지 않고 90분이 넘으면 30분마다 1000원이 추가로 부과된다. 대여소 및 거치대 위치는 어울링 홈페이지(www.sejongbik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종시 랜드마크 셋
세종시가 낯선 여행자라면 도시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종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여행자의 쉼터인 세종호수공원과 역대 대통령의 기록을 만날 수 있는 대통령기록관, 반달곰이 사는 수목원 베어트리파크까지. 세종시 여행 초보자를 위한 랜드마크 세 곳을 소개한다.
국내 최대 인공호수, 세종호수공원
세종호수공원은 국내 최대 인공호수로 금강의 물길을 끌어들여 조성했다. 축구장 62개를 붙여놓은 크기로 평균 수심은 3m다. 호수는 크게 5개의 테마섬으로 이뤄졌다. 축제를 위한 축제섬과 모래 해변이 있는 물놀이섬, 수생식물이 자라는 물꽃섬, 습지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습지섬, 672석 규모의 좌석을 갖춘 수상무대섬이 호수 곳곳에 터를 잡았다.
호수 주변으로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조성됐다. 호수를 끼고 크게 한 바퀴 도는 데는 1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어디를 봐도 호수와 공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출발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1시간이 넘는 산책이 부담스럽다면 자전거를 타거나 일부 코스만 골라 걸으면 된다. 대개는 수상무대섬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 중 한 곳을 선택해 둘러본다.
사진가들에게 알음알음 출사지로 알려진 세종호수공원은 밤 풍경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호수 가운데 있는 수상무대섬은 야경 사진의 단골 모델이다.
화려하게 불을 밝힌 조약돌 모양의 건물이 낮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5월부터 열리는 분수 쇼도 눈을 즐겁게 한다. 높이 50m까지 쏘아 올리는 희망분수와 48개 노즐로 구성된 축제분수가 평일 두 번(12시·20시), 주말 네 번(12시·16시·18시·20시) 각각 20분씩 호수공원을 시원하게 한다.
산책도 좋지만 먼저 휴식을 취하며 호수를 감상하고 싶다면 국립세종도서관이 적당하다. 2013년 12월 개관한 국립세종도서관은 8만여 권의 장서를 갖춘 세종시의 대표 복합문화공간이다. 책장을 넘길 때 종이가 구부러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지하 1층은 어린이도서관, 1층은 일반자료실, 2층은 일반자료실과 정책자료실, 3층은 사무동, 4층에는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열람실, 식당 할 것 없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자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바로 그 타워, 밀마루 전망대
세종시 신도시를 한눈에 담고 싶다면 밀마루 전망대에 올라보자. 타워 자체는 9층 높이로 40여 m에 불과하지만, 산등성이에 자리 잡은 덕에 해발 98m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다. 승천하는 용을 닮은 정부세종청사 건물과 그 양끝을 잇는 거대한 호수공원, 그리고 팔랑거리는 책장이 떠오르는 국립세종도서관까지, 도시의 전경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밀마루는 옛 연기군 남면 종촌리의 지명에서 따온 이름으로 ‘낮은 산등성이’ 라는 의미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중동발전소 타워로 등장하기도 했다. 매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기록으로 만나는 대통령, 대통령기록관
대통령기록관은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의 관련 자료를 총망라한 곳이다. 본래 경기도 성남의 국가기록원 서울기록관에 있었으나, 지난 1월 정부세종청사 옆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문을 열었다.
대통령기록관은 유리 큐브 형태의 건물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조성됐다. 네모 반듯한 모양은 국새를 담는 함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내부에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7대 이명박 대통령까지 10명의 역대 대통령 기록물 1968만여 점이 보관돼 있다. 이 중 일반인에게 공개한 기록물은 400점 남짓. 나머지는 지하 서고 등에 소장하고 있다. 물론 일반인 접근은 허용되지 않는다.
전시관은 1층을 관람한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인 4층으로 올라가 3층, 2층으로 내려오면서 구경하는 구조다. 정문을 지나 1층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통령이 사용하던 리무진 한 대가 보인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사의 캐딜락으로, 노태우부터 이명박까지 대통령 5명의 의전에 사용된 방탄 차량이다. 의전 차량 왼편에는 역대 대통령 10명의 얼굴을 만날 수 있는 대통령상징관이 들어섰다. 멀리서 보면 사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재임 기간 연설문 등에 사용된 글자가 모여 하나의 얼굴을 이루고 있다.
4층은 대통령역사관으로 꾸며졌다. 대통령의 역할과 권한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대통령 휘호와 선거 자료, 연설 동영상 등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 스스로 대통령 후보가 되어 선거 포스터를 만들어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3층 대통령체험관에는 청와대 영빈관, 집무실, 춘추관 등이 실물 그대로 재현되어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온 듯하다. 주말처럼 관람객이 몰릴 때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맞은편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이 외빈으로부터 받은 선물 48점을 전시 중이다.
마지막 관람 공간인 2층 대통령자료관에서는 대통령 기록물 관리 절차 등을 소개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재임 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감상하는 재미도 특별하다.
+ 세종시 첫 국립박물관, 국립조세박물관
2002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처음 둥지를 튼 조세박물관은 국세청이 세종시로 이전함에 따라 자리를 옮겨 재개관했다. 새롭게 문을 연 박물관에는 세금징수관의 마패라고 할 수 있는 수세패, ‘견금여석(見金如石,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글귀가 적힌 세무조사원 출장 가방,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세금 기록이 담긴 광개토대왕릉비 복원 조형물 등이 전시돼 있다. 게임으로 알아보는 세금, 현금영수증 카드 만들기 등 세금의 역사와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곰 테마공원, 베어트리파크
베어트리파크는 아름다운 숲이 있는 곰 테마공원이다. 33만㎡(약 10만평) 대지에 반달곰·꽃사슴 등을 볼 수 있는 동물원과 40만여 점의 나무·화초가 자라는 수목원이 공존한다.
맨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장소는 오색연못이다. 연못 안에는 비단잉어 수백 마리가 떼 지어 헤엄쳐 다닌다. 자그마한 인공섬에 정자를 세우고 다리를 놓았는데, 다리를 건널 때마다 먹이를 주는 줄 알고 잉어 떼가 몰려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산책로를 따라 안으로 더 들어가면 베어트리정원이다. 아담한 분수와 웅장한 통나무 폭포수가 꽃과 나무에 생동감을 더한다. 정원 가운데에는 전 세계 25점뿐이라는 오귀스트 로댕의 진품,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 브론즈 버전이 전시돼 있다.
베어트리정원에서 나와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공작·앵무새·강아지·토끼 등이 있는 애완동물원에 다다른다. 그 옆으로는 베어트리파크의 백미인 반달곰동산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100마리 가까운 곰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목욕을 즐기는 곰, 다리 한쪽을 철제구조물에 올리고 자는 곰, 쳇바퀴를 돌리는 곰 등 하는 짓도 다양하다. 하지만 대개는 먹이를 향한 구애의 몸짓을 보내느라 바쁘다. 두 발로 서서 손을 모으거나 배를 보이며 드러누워 애교를 부린다. 먹이는 반달곰동산 주변에서 살 수 있다. 사료와 도토리가루, 달걀을 섞어 만든 것으로 꼭 호두과자처럼 생겼다. 7~8개들이 한 컵에 1000원이다.
반달곰동산 맞은편은 꽃사슴동산이다. 20마리 남짓한 사슴이 귀를 쫑긋 세우고 사뿐사뿐 걷는다. 손바닥에 사료를 올리고 직접 먹여줄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우리나라 산천에 핀 야생화를 모아 심은 야생화동산도 반달곰동산에서 가깝다. 더 올라가면 베어트리파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잠시 쉬었다 가기 좋다.
아래로 내려오면 연못가에 지어진 운치 있는 정자 송파정과 40여 점의 다양한 곰 조각이 있는 곰조각공원이 기다린다. 그 아래는 식물원이다. 기기묘묘한 분재로 가득 찬 분재원, 열대조경과 한국의 산수조경을 동양화처럼 담아낸 만경비원, 아름다운 수형의 고목들을 만날 수 있는 송파원이 가볼만하다.
+ 수백 개의 장독이 빚어내는 압도적인 풍경, 뒤웅박고을
뒤웅박고을은 세종시 전동면 운주산 기슭 아래 들어앉은 전통장류테마공원이다. 4만3000여 ㎡(약 1만3000평) 부지에 뒤웅박장독대, 해담뜰장독대, 팔도장독대, 어머니장독대 등 테마별 장독대가 장관을 연출한다. 가족과 연인을 위한 시비(詩碑)거리, 십이지신길, 부모은중경거리 등 산책로와 수목정원, 주상절리원 등 조경 경관도 잘 조성돼 있다.
이 밖에도 장 담그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전통장류박물관과 이곳의 장을 이용해 만든 상차림을 맛볼 수 있는 한정식 전문점 장향관 등이 있다.
[여행 정보]
세종호수공원
세종시 어진동 183-13(호수공원 관리소) / 044-301-3635~6
국립세종도서관
세종시 다솜3로 48 / 044-900-9114
평일 9시~21시(어린이자료실·멀티미디어 코너 18시까지), 주말 9시~18시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 휴관
밀마루 전망대
세종시 어진동 산3 / 044-862-8845
베어트리파크
세종시 전동면 신송로 217 / 044-866-7766
9시~18시 30분(10월~3월은 18시까지)
대인 1만3000원, 소인 8000원
※만경비원 관람료 2000원 별도
뒤웅박고을
세종시 전동면 배일길 90-43 / 044-868-4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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