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 겸 의료원장 인터뷰
향후 2~3주 증가세 피크… 내년 2~3월 돼야 소멸될 듯
지나친 과민대응 자제를…
보건소 탁상행정 아쉬워…진료현장 나와보지도 않아
신종플루(인플루엔자A/H1N1)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국내에서도 확진 환자는 물론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하루에만 전국적으로 확진환자가 9766명, 29일까지 누계 1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국내 대표적인 신종플루 거점병원인 관동대학교 의과대학 명지병원 이왕준(45) 이사장 겸 의료원장으로부터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신종플루 대책의 문제점에 대해 듣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지난 7월 1일 취임한 이 이사장은 대한병원협회(병협) 전국 신종플루거점병원대응본부 상황실장도 맡고 있다. 이 이사장은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30분이 지나서야 대화를 나눌수 있을 정도였다. 이 이사장은 "앞으로 2~3주 동안 신종플루 증가세가 피크를 이루고 내년 2~3월은 돼야 진정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신종플루가 치사율이 다른 것보다 낮은 독감의 일종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너무 과민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겸 의료원장이 지난 29일 병원 집무실에서“신종플루 환자가 향후 2~3주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하지만 치사율이 낮은 독감이기 때문에 지나친 과민대응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지난 9월 1일 대응진료센터를 첫 설치한 이후 10월 11일까지만 해도 신종플루 관련 외래진료환자가 100명 이내였다. 하지만 10월 12일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 27일에는 1111명에 이르렀다. 증가세가 가히 폭증세라고 할 만하다. 물론 이들이 다 확진환자는 아니다. 28일까지 누적 신종플루 외래진료가 1만1700여명인데 이중 60여%가 증세가 의심돼 정밀검사를 받았고 정밀검사 받은 사람의 60여%가 확진환자로 판명이 나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중이다."
―병원에 환자들이 몰려 의료인력, 검사장비는 물론 공간도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어느 병원보다도 의료인력, 검사장비 등을 많이 준비해놓고 24시간 가동을 하고 있다. 다른 대형병원들이 마당 한 쪽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신종플루 진료를 보는 것과는 달리, 우리 병원은 일반 환자와는 출입구가 다른 건물 내부에 '신종플루 대응 진료센터'를 설치하고 격리병동, 격리된 전용통로 등을 마련, 병원 내 2차 감염에 대한 우려를 원초적으로 예방했다. 또한 타병원들이 소수의 인력만 배치해놓고 진료할 수 있는 환자 이외에는 진료하지 않는 데 반해 우리는 찾아오는 환자는 다 진료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이 우리 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30일부터 개인의원들도 타미플루를 처방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 모든 약국에 타미플루를 공급하면서 거점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신종플루가 도대체 언제까지,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확산되리라 보나.
"전염병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확산은 어느 정도 될 수밖에 없다. 단계별로 나눠봤을 때 현재는 대확산 국면인 3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민의 20%는 걸려야 마무리된다는 말도 있다. 국민들 상당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앓고 지나간 경우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 증가세로 따지면 향후 2~3주가 피크를 이룰 것으로 본다. 이후 내년 2~3월은 돼야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918년 발생해 2년여 동안 전세계에서 2000만명 이상이 사망한 스페인독감 같은 양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항바이러스제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기 때문이다. 발열증세가 있을때 48시간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조기회복된다."
―내년 초면 신종플루가 잡힌다는 말인가.
"독감은 1년 주기이다. 내년에는 신종플루가 아닌 또다른 독감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의 신종플루는 치사율이 낮지만 치사율 60%에 이르는 조류독감 같은 것에 영향을 받은 변종 수퍼 바이러스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예방백신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예방백신을 맞으면 신종플루에 걸릴 가능성은 얼마나 낮아지나.
"예방백신을 맞는다고 신종플루에 안걸리는 게 아니다. 다만 걸리더라도 약하게 걸릴 것이다. 이번 백신의 항체 효과는 6개월 정도이다. 일부는 아예 항체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미 신종플루에 걸려 면역이 생겼으면 재발이 잘 안된다. 때문에 앓아본 사람은 예방주사 맞을 필요 없다."
―거점병원 현장 책임자로서 볼때 현재 정부 대책에 문제점은 없나.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다만 보건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좀 미진한 측면이 있다. 보건소 직원들이 적어도 거점병원 현장에 나와 체크하고 동향을 파악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뭘 원하는지를 모르고 있다. 한동안 환자들 인적사항을 한장 한장씩 팩스로 넣게 했다. 환자 진료에도 바쁜데 언제 일일이 팩스를 보낸다는 말인가. 약에 있어서도 필요한 약이 제때 공급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것들이 지금은 다소 개선은 됐지만."
―다른 병원과 달리 명지병원은 신종플루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진료하고 있는데?.
"지역사회에서 거점병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병원의 존재감·위상을 확인시켜주는 계기로 삼고 있다."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4개월이 넘었다. 앞으로 병원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인가.
"지역의료 니즈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겠다. 아산병원·삼성병원 같은 빅5가 소화할 수 없는 영역이 많다. 촌각이 급한 심혈관·뇌혈관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찾는 것은 무리다. 당뇨병·류마티스 같은 만성병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대형병원에서 치료받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런 분야에서 인력·장비 등을 최고급화해 지역 친화형·밀착형 모델로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