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로 돈벌이 않고, 바이오로 이익낼 것"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개방형 혁신의 헬스케어 산업의 성공적 모델 제시
- 허지윤 기자 jjyy@chosunbiz.com 2018. 02. 21 조선일보 조선비즈
“바이오벤처를 우주선에 비유한다면 병원은 우주선이 안전하게 도킹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이 돼야 합니다. 최근 명지의료재단이 인수한 바이오벤처 ‘캔서롭(옛 엠지메드)’이 면역 항암제 개발에 성공할 수 있도록 든든한 우주정거장이 될 것입니다.”
19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이왕준(사진)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바이오벤처 인수합병(M&A)에 미온적인 국내 헬스케어 산업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오벤처 캔서롭을 전격 인수하며 헬스케어 산업 화두인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 이사장은 “명지병원이 개방형 혁신의 진정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헬스케어 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자신했다.
이왕준 이사장은 병원과 바이오 산업을 아우르는 국내 헬스케어 산업의 대표 주자다. 외과(서울대 의대) 전문의 출신인 그는 명지병원, 인천사랑병원 등을 이끄는 명지의료재단의 이사장이다. 아시아항암바이러스협회 초대 회장, 한국의료수출협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 이사장이 헬스케어 산업에서 새로운 모델을 열기 위해 선택한 곳이 캔서롭이다. 이 이사장 주도로 결성한 투자 조합인 명지글로벌바이오조합은 2017년 말 분자진단 전문 회사 엠지메드를 마크로젠으로부터 약 226억원에 인수했다. 엠지메드는 ‘글로벌 항암제 개발 전문회사로 도약하자’는 뜻을 담아 캔서롭으로 회사 이름을 변경했다.
캔서롭은 ‘제2의 신라젠’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이다. 신라젠 (94,800원▲ 3,800 4.18%)은 시장 가치가 1조원으로 평가되는 바이러스 항암제 ‘펙사벡(Pexa-Vec)’을 개발중인 바이오벤처다.
이 이사장은 캔서롭을 향한 시장의 큰 관심과 다양한 해석에 대해 부담감을 표하면서도 강한 의무감과 도전 정신을 드러냈다. 이왕준 이사장이 말하는 ‘병원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 했다.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고 바이오 기술 회사와 융합하면서 더 큰 혁신을 이룰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엠지메드를 인수한 이유와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배경은.
“엠지메드의 기술력과 재정 건전성, 잠재적인 가능성을 봤다. 병원과 바이오 기업은 각각 비영리, 영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태생이 다르다. 그러나 ‘환자 질병 치료에 기여한다’는 궁극적 지향점은 같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연구소, 바이오 회사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병원과 연구기관이 새로운 기술과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기업이 이를 상용화해 다시 병원 임상 환자에 적용되기까지 긴 과정에서 구간 별로 뚝뚝 단절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어떻게 채우고 넘느냐에 따라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가 달라진다. 현재 국내 연구중심병원조차도 연구 논문에서 끝나고 사업까지 연결이 잘 안되는 게 현실이다.
연구 개발, 임상, 투자와 비즈니스로 순환하는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병원과 바이오 회사는 자웅동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명지병원을 중심으로 캔서롭, 그리고 또다른 기업 또는 기술들을 융합하고 협력해 치료제 개발과 환자 치료의 새 지평을 열고자 한다.”
- 차병원그룹의 차바이오텍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나.
“병원을 기반으로 제약, 바이오 회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차바이오텍 (34,650원▼ 150 -0.43%)은 처음부터 키운 회사라면 우리는 외부 바이오기업을 인수해 새로운 엔진을 달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명지병원이 차병원그룹에 이어 새로운 병원 바이오 사업 모델을 실현한 2세대가 될 것으로 본다.”
- 면역항암제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
“면역항암제는 암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 암과 싸우는 힘을 키워주는 치료제다.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은 3세대 항암제로 불린다. 면역 기반 치료제는 전세계 제약 바이오 시장의 핵심 화두이자 개척해야 할 미지의 세계다. 특히 면역 항암제를 통해 암이 내부의 면역 체계 안에서 통제가능한 구조로 바뀌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 세계 기업들과 연구소에서 장님 코끼리 만지듯 면역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데 이렇게 문을 두드리고 개척하면서 암을 정복하는 ‘뉴 호라이즌’ 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 현재 여러 바이오 기업들과의 협력·인수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면역항암제 연구 개발 속도를 앞당길 수 있도록 연대·협력하는 전략으로 여러 포트폴리오를 추진하고 있다. 협업하거나 인수 합병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중이다.”
- 어떤 회사들과 협력하고 있나.
“엠지메드는 이미 영국 바이오기업 옥스포드 캔서 바이오마커(Oxford Cancer Biomarkers Limited)에 투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회사는 항암제 동반 진단 등에 활용되는 바이오마커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대장암 등 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아시아 시장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최근 인수를 진행중인 영국 바이오벤처 ‘옥스포드백메딕스(OVM)는 시송지앙 옥스포드대 의과대학 교수가 2012년 설립한 항암면역백신개발 기업이다. OVM이 보유한 항암백신기술(ROP기술)은 항암바이러스 유전자를 자극할 펩타이드를 중복 재조합해 체내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므로 기존 항암바이러스치료제 부작용을 줄이고 개인별 맞춤 항암 면역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술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에 특허 등록돼있다.
캔서롭이 3대 주주인 프레스티지바이오는 항체의약품 개발·생산 기업으로 오송바이오단지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생산 공장을 신축 중이다. 임상 중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HD201)와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HD204)을 주력으로 새로운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할 계획으로, 해당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국내 판매 우선권을 캔서롭(옛 엠지메드)이 갖고 있다.”
- ▲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명지병원 전경 / 명지병원 제공
- 명지병원이 치료제 개발의 임상을 맡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 명지병원 내에 임상시험센터를 설립해 항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시험을 추진한다. 프레스티지바이오 바이오시밀러도 명지병원이 임상시험센터로서 임상시험을 설계해 공동 개발하게 된다.”
- 국내 병원의 미래를 전망해달라.
“병원의 패러다임이 양적 확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의료 기술’에서 ‘안전과 가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 병원은 특히 전국민의료체계 안에서 생태계가 돌아가고, 문재인 케어(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으로 환자 치료 자체만으로 병원이 성장하는 모멘텀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 바이오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이유도 거기에 있나.
“그런 배경도 작용했다. 바이오산업이라는 새로운 엔진을 결합하고 이 엔진을 켜 나가면 환자 진료로 돈벌이를 하지 않고, 바이오 사업으로 이익을 창출해 헬스케어가 추구하는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명지병원을 통해 차세대 연구중심병원으로서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
- 올해의 계획은 뭔가.
“새로운 연구중심병원과 바이오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고 안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주요 포트폴리오를 잘 결합해 추진하고, 명지병원은 해외 유수 병원들과 제휴하여 신의료기술을 구현해 연구중심병원뿐 아니라 고품격 명품 병원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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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비즈 기사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0/2018022002807.html#csidx603ef83499e121aac684f2048163b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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