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사는 행복

삼락이야기

봉천동 미도 정육식당의 특상등급 한우

안청장 2009. 1. 30. 08:58

가벼운 지갑으로 몸보신하는, 불경기에 마음을 달래주는 음식
한화데이즈(http://www.hanwhadays.com/) > 맛Go

신문보기 겁나는 세상이다.

연일 주가니 환율이니 요동치고 월급 빼고 물가란 물가는 죄다 오르고 있으니 지갑에서 돈 한푼 꺼내기 쉽지 않다. 돈이 없으면 배가 고프고 마음이 춥다. 친구와 점심 약속 하기도 부담스럽고, 퇴근 후 한잔하러 가자는 말도 선뜻 먼저 꺼내기 어렵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집에 들어가 혼자 끓여먹는 라면이 아니라 저렴하고, 푸짐한데다가 맛까지 있는 극강의 음식들이다.

불경기에 허기진 마음을 달래주는 음식을 찾아 입맛 다른 두 여자가 나섰다. 돈이 없어도 소고기는 무조건 한우여야 한다는 고기 마니아 azure와 돈이 없으니 무조건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midari. 오늘 저녁, 당신은 어느 쪽이 땡기시는지?


1.GO l
아주레의 맛GO는, 때빼고 광내자 낙성대 미도 정육 식당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어야겠지만, 월급날쯤은, 그러니까 한 달에 한 번쯤은 구워야겠다. 지글지글 맛있는 소고기를. 양념 안 된 소고기는 고기맛으로만 승부가 난다. 고기맛을 따지다 보면 일등급 중에 특등이라는 1++ 등급에 혹하고 결국 가격에 좌절하고 만다. 음…할부로 먹을까.

이럴 때 언제나 뿅 나타나 주시는 분이 게신데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야. 먹어먹어~” 때로 어떤 음식은, 음식의 맛은 명치끝에 틀어박혀 사라지지 않는 절대고독마저도 잠들게 한다. 그 음식을 먹고 있는 동안은 외롭지 않다. 아니 심지어 행복하다. 살짝 익힌 육즙 가득한 소고기를 소금에 묻혀 입안에 사르륵 할 때가 그렇다. 뉴스 아나운서의 심각한 표정도 투아웃 만루 타자의 긴장감도 아득히 멀어진다. 그저 고기가 더 익기 전에 냉큼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다시 집어 든다.

마음껏 먹고도 계산할 때 부담되지 않는 고깃집이 있다.
맛 또한 일품이라 가히 일부러라도 찾아갈 만 한 곳이다. 좋은 건 다들 알아보는 법. 저녁시간에 예약없이 가면 기다려야 한다. 예약까지 해가며 가는 그 곳은 으리으리한 기왓집은 아니다. 1층은 정육점이고 그 옆지하에서 정육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정육식당형태인 미도 정육식당이다.

낙성대 1번출구로 나와 직진을 하다가 우회전해 들어서면 원당시장이 시작된다. 시끌벅쩍. 오늘은 새로 오픈한 참치집에서 이벤트를 하느라 뽕짝이 울려퍼지고 구경꾼들이 즐비하다. 그 뒤로 노란 전구등 불빛이 정겹게 늘어선 시장길이다. 야채, 과일, 생선, 밑반찬, 옛날과자, 견과류들이 펼쳐지는 재래 시장길을 걷자니 마음이 들뜬다. 가장 현실적인 풍경이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곱게 쌓아 놓은 홍시 다섯 개와 천원에 떨이 하고 있는 고등어가 비밀과 이야기를 가지고 나를 반겨주는 기분이다.

미도 정육식당은 원당시장 중간쯤에 위치해있다.
식당을 내려가는 길에 붙여진 가격표들에 일단 마음이 편해진다. 고기 먹을 때 잡다한 반찬은 필요 없다. 싱싱한 야채와 굵은 소금, 그리고 김치다. 단촐한 상 같지만 좋은 고기 맛을 가진 가게만이 내어놓는 정답이다.

고기를 먹을 때는 가끔 아이러니한 생각이 든다.
소의 검은 눈망울이 그렁그렁 떠오르는데 그렇다고 채식주의자가 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렇게 맛있는 고기를 먹고 있는 나는 좀더 살아있다는 자체에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무슨 소리야? 얘가 술 한잔 하더니 별소리를 다하는 구나. 완전 소중하신 고기야~ 질겨지기 전에 어서 먹어.”

때빼고 광냈더니 얼굴에 윤기가 돈다. 고농축 수분 에센스보다 효과가 좋다. 잘먹고 나서 딴소리 하지 말고 예쁜 꿈꾸고 자야지. 미도 정육식당은 소 들어오는 날짜 등을 공지 해주는 블로그를 운영중인데 요즘은 바빠서 업데이트 못하고 게시다고. 곧 다시 뉴스들을 올리실 예정이란다.

미도 정육식당 블로그 : http://blog.naver.com/lovegum82


2.GO l
미다리의 맛Go는, 없는 게 없는 종로5가 광장시장

시장이라니. 요즘 애들은 시장이란 저~기 지방에 가야만 있는 걸로 알고 있을 거다.
도대체 인심 넉넉하고 푸근한 시장이란 곳은 어디에 있단 말이냐. 늦잠도 자야 하고, 밀린 보고서도 써야 하고(사실은 주말 버라이어티 보느라), 그 와중엔 데이트 비스무리한 것도 해야 하는데 4일장이니 5일장이니 하는 시장을 물어 물어 가기에는 너무 피곤하다.

그런 당신에게 제안하노니, 들어는 봤나 종로 5가 광장시장. 남대문 시장이나 동대문 시장과는 달리 원단 같은 원자재를 주로 판매하는 곳이라 누구나 한번쯤 가봤을 법한 시장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장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즐비한 맛집들은 뜨내기를 상대하는 집들이 아니다. 그래서 싸고 맛이 있다. 메뉴별로 하나같이 모두 그렇다.


광장시장 추천메뉴 1 : 꼬마김밥

광장시장 구제상가로 들어가는 입구에, 일명 ‘마약 김밥’이라 불리는 꼬마 김밥집이 있다.

왜 마약이냐? 마약처럼 자꾸자꾸 찾게 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고작 김밥 속에 들어있는 내용물은 밥과, 단무지, 당근뿐이라는 것.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밥이 굉장히 찰지고 같이 나온 겨자 소스에 찍어 먹으면 과연 마약과 같이 계속 입에 넣게 된다.

1인분에 2천원이고 먹다 보면 주변에서 사람들이 쉴 틈 없이 찾아와 포장해 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길을 찾기 힘들다면 ‘마약 김밥집이 어디에요?’라고 아무에게나 묻자. 모두들 친절하게 길을 알려 주신다. 사이드 메뉴로는 유부초밥과 오뎅이 있다.


광장시장 추천메뉴 2 : 녹두빈대떡

싸다! 맛있다! 푸짐하다!!

광장시장에서 파는 빈대떡은 직접 녹두를 갈아 눈앞에서 부쳐주는데, 집에 있는 후라이팬 크기의 빈대떡 1장에 고작 4천원이다.

가게 한편에는 물에 불린 녹두가 쌓여 있고, 그 옆에는 쉼 없이 녹두를 가는 맷돌이 있다. 인심 좋은 가게 아주머니는 맛보라며 빈대떡 한 조각을 건네는데, 장사치의 호객행위 같지 않고 친척 아주머니가 맨손으로 건네는 음식 같아서 마음이 훈훈하다.

두 사람이 먹어도 배부른 빈대떡 한 장에 4천원, 막걸리 한 병에 2천원이니 퇴근 후 기분 좋게 요기를 해도 6천원이면 그만이다.

광장시장 내에서는 ‘순희네 빈대떡’이 제일 잘 알려져 있는데, 꼭 거기가 아니어도 다 맛있다. 위치는 광장시장 정문으로 50미터 가량 들어가면 주르륵 나온다.

광장시장 추천메뉴 3 : 기타 갖가지 메뉴들

아무래도 시장이다 보니 메뉴가 갖가지로 다양하다.
떡볶이, 잔치 국수와 같은 메뉴는 기본이요 족발, 돼지껍질, 모듬회, 비빔밥, 팥칼국수까지 입맛에 맞춰 배를 불려보자. 그 중에서도 보기에도 배부른 굵직한 순대가 눈데 띄는데, 선지를 듬뿍 넣어 만든 토종 아바이 순대가 한 접시에 5천원. 살짝 애교를 떨어 부탁하면 반접시로도 썰어 내어준다. 모듬회는 한 접시에 1만 5천원인데, 먹을만한 해산물이 이것 저것 실하게 담겨 나오니 가벼운 지갑으로 소주한잔 넘기기에 무리가 없다.

시장이라도 요새 홈페이지는 다 있다. 광장시장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면, 광장시장 홈페이지를 참조하자. 불경기일수록 배를 따뜻이 해야 마음이 푸근해지는 법이다.

광장시장 홈페이지 : http://jk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