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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환자... 이렇게 살렸다 "환자 도착 10분전입니다!"-명지병원 곽상금

안청장 2020. 9. 17. 09:24

코로나19 의료진 감동사례 대국민 수기 공모전대상 수상작

- 보건복지부,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 도착 10분 전입니다

 

곽상금 간호사(명지병원)

<혹시 사진이 안보이면.... 이곳으로> blog.naver.com/golfer81/222091739259

 

환자 도착 10분전입니다! - 코로나19 확진환자... 이렇게 살렸다 -명지병원 곽상금

‘코로나19 의료진 감동사례 대국민 수기 공모전’ 대상 수상작- 보건복지부,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 ...

blog.naver.com

20205262030, 1층 선별진료소 옆 대기 공간에는 레벨D 보호복으로 단단하게 무장한 응급의학과 전공의 선생님과 보안팀 선생님이 비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가벼운 목 인사를 나눈 후 가운과 장갑, N95마스크 등 보호구를 착용하고 환자 도착 10분 전이라고 외쳤다. 의지와 달리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나 보다. 옆에 있던 두 사람이 이를 느꼈는지 슬쩍 쳐다보며 옅은 미소를 띤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환자는 급성 맹장염 환자다. 그런데 그냥 맹장염 환자가 아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 환자다. 타병원 격리병상에서 코로나19 치료 중 맹장염 진단 받고 응급 수술이 필요하여 긴급으로 전원을 오는 환자였다.

확진 환자는 수술 과정에서 호흡기 분비물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 일반 확진 환자 대응 과정보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각 단계별 수용 절차에 많은 집중과 안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시도하지 않는 수술이다. 물론 참여 의료진도 평상시 3배나 되는 27명이 참여하는 큰 수술(?)이다. 물론 음압수술실이 있어야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 … …

4시간 전, 감염관리실에서 원내에서 치료 중인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보고를 위해 자료 준비를 하던 중에 감염내과 강교수님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팀장님! 언젠가 올 줄 알았던 일이 드디어 발생했네요

? 교수님? 무슨 일이?”

경기도 코로나19 병상 배정팀에서 긴급 연락이 왔는데요, 00병원에 재원 중인 코로나19 확진자가 2일전부터 복통이 있어 CT 촬영결과, 급성 맹장염과 장내 천공 진단으로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고 하네요. 우리 병원에 음압수술실이 있다는 걸 알고 환자 수용과 수술을 부탁하네요. 조금 전 외과 오 교수님과 상의했는데, 기꺼이 집도하시겠다고 하네요. 해야겠지요!”

? 확진자 수술이요?”

예상치 못한 전화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전화 내용을 메모하면서도 일반 환자가 아닌 코로나19 양성, 확진자를 수술해야 한다고? 그런 일이 우리병원에서 실제 발생했다고? 왜 하필 우리 병원이지, 아니 그리고 교수님은 왜 허락하신 걸까?”

머리속에 오만가지 생각들이 들었고, 솔직히 이 상황을 부정하고만 싶었다.

 

그러다 이 내 정신을 차리고, 부정만 하고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차를 어떻게 해야 하나? 급성에 천공이면 빨리 수술해야 될텐데.~ 시술 절차를 수정 보완하면 될까?”

급기야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의료인의 마음과 하면 된다는 다짐이 동시에 들면서 쓰고 있던 메모장에 회의 소집을 위해 누구에게 즉시 연락을 해야되는지 명단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환자도착 2시간 전.

확진자 수술을 위한 긴급회의가 열렸다. 감염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외과, 간호부, 총무팀, 시설팀, 방사선팀, 감염관리실 등의 책임자와 실무진 27명이 모였다. 수술 진행 시나리오를 공유하기 위해 수술 집도의 외과 오 교수님이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확진 환자를 E1층 응급 음압병실에 수용하고, 수술 전 검사와 Contrast abdomen CT를 찍고 대기하다가 본관 A3층 음압수술실로 이동하고, 수술 후 회복 과정은 수술방에서 모두 진행한 후에 E5층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으로 이송하여 수용하면 어떨까요?”

오 교수님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감염관리실장님이 회의실 내 화이트보드에 동선에 따른 각 구역별 장소를 표시하며 상황의 위험성과 안전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환자를 평소 확진자 수용처럼 받고, 보호복은....... 특히 환자 수술 전 마취를 할 때는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 있으니 반드시 레벨 D 보호구에 페이스 쉴드를 착용해야 합니다. 환자가 긴급 수술을 안전하게 받는 동시에 우리 직원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아야 합니다. 곽 팀장님, 상황별 보호구와 동선 다시 검토해주시고 수술 시 모니터링 필요합니다마지막으로, 다른 환자와 보호자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밤 12시에 수술을 진행하게 되어 우리 직원 분들이 힘이 들겠지만 환자를 살리기 위해 힘을 모읍시다.”

 

꼼꼼하면서도 확실하게 빈틈 하나 없이 챙긴 감염관리실장은 직원들을 독려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회의를 마치고 누구 한명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각 단계별 어떤 내용을 보완해야 되는지 질문하고 답변하는 시간 20, 모두 환자를 살리고 우리도 안전하게 진행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각 부서별 담당 구역으로 떠났다. 의료진이 감염되면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오는 환자들을 치료할 수가 없기 때문에 환자 치료와 동시에 직원 안전도 신중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 도착 1시간 전.

부랴부랴 사무실로 달려가 타임 테이블을 작성했다. 회의 때 공유한 시나리오 상의 구역별 업무 순서대로 각 부서별 담당 구역과 세부 업무 내용, 보호구 수준을 확인하고 부서 간 연락해야 할 내용, 방법까지 작성했다.

시간은 어쩜 그리도 빨리 흐를까. 어느새 환자도착 30분 전.

작성된 타임 테이블을 수술 참여자들에게 배포하고,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119 구급대원입니다. 00병원에서 이송중인 환자분 도착 30분 전입니다. 어디로 들어가면 될까요?”

네 선생님, 병원 정문으로 들어오셔서 오른쪽에 보면 선별진료소가 있어요. 선별진료소 쪽으로 들어오시면 직원이 안내해 드릴 겁니다. 도착 10분 전 꼭 연락부탁드립니다. 곧 뵐께요.”

환자 도착 10분 전입니다.”

20:40. 환자가 도착했다.

정문으로 들어오는 119 구급차량이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이어 환자는 시나리오대로 응급 음압병실로 입실했다. 환자 도착 정보를 각 부서에 전달했다. 음압병실 안에서는 환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 등 수술 전 검사를 시작했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우리는 그 결과만을 기다렸다.

21:00. 수술실에서 전화가 왔다. “팀장님, 음압수술방 벽면을 비닐로 다 덮고 있어요, 음압, 공조 시설팀과 상의했고 마치면 훈증 소독 요청할께요. 현재 마취과 전공의, 수술실 간호사 5, 저까지 물품, 보호구 준비 하고 연락기다리고 있어요. 아무일 없겠죠?”

23:15.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1시간이 흘렀다.

검사 결과 이상 소견 없어서 CT 촬영실로 이동합니다, 수술실 준비, 확인합니다.”

유선 연락이 끝난 20분 뒤, 음압카트가 환자 쪽 동선으로 나왔다. 환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음압카트 안에 누워있고 음압 구역 내 복도에는 환자와 함께 입실했던 레벨 D 보호복을 입은 응급의학과 전공의 선생님이 보였다.

 

20205270020. “음압 수술실 8번방 입실 합니다.”

E관에서 음압카트 채로 CT촬영을 하고 수술실이 있는 본관 A관으로 가려는데 보호자 한분이 보였다. 뛰어가 상황을 설명 드리고 빠르게 동선을 확보했다.

환자는 3,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수술장은 비닐로 벽면이 다 덮여있고, 수술 참여 의료진들은 수술복에 레벨D 보호복을 입고, 노출 수위에 따라 보호구 5종 세트를 착용하고 비장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 보호구에 착용에 문제가 없는지, 잘 착용했는지 확인을 했다. 음압카트를 탄 환자가 드디어 수술장 안으로 들어갔다.

0040, 환자의 수술이 시작됐다. 수술팀장님과 나는 수술실 복도에서 8번방 문에 있는 유리창으로 수술장 안을 쉴 새 없이 모니터링 했다.

 

0120, 수술이 진행되는데 스크럽 간호사 선생님이 얼굴에 씌운 페이스쉴드를 손으로 가리키며 유리문을 바라본다. 김이 서린 것 같았다. 얼른 종이에 불편하면 언제든 알리세요, 바꿔야합니다라고 써서 유리문에 붙였다. 스크럽 간호사가 이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0140, 모니터를 통해 보이던 고름 같은 이물질이 제거되는 것이 보였다. 수술실 서큘레이팅 간호사 선생님은 계속 메모를 하고 있다. 수술장에 필요한 것은 없는지 등등...

 

02. 드디어 수술이 끝났다. 수술 종료 상황을 보고했지만 아직 환자가 있고, 수술 후 진행사항을 확인해야하기에 긴장은 늦출 수가 없었다.

 

0210, 수술장 내에서 의료진들이 환자가 의식이 돌아오는지 확인하며 음압카트로 옮긴 후, 소독 티슈로 음압카트를 닦기 시작했다.

0230, 이송팀이 도착했고 환자를 태운 음압카트를 끌고 나섰다.

환자가 떠났다. 수술은 끝났다. 그러나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들의 보호구 탈의와 재사용 기구 처리, 환경소독 관리 절차가 남아있었다.

입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보호복이다. 1시간 동안 각 개인별로 보호구 탈의를 했다. 땀에 젖은 보호복이 잘 벗겨지지 않도록 오염되지 않게 벗기 위해 한 사람씩 벗으며 꼼꼼하게 확인을 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2시간 이상 수술장 내 근무로 인해 지친 상황이여서인지 한 선생님은 그냥 다 벗어던지고 싶어요. 너무 힘들어요라고 울먹였다.

벗어놓은 보호복이 담긴 격리폐기물통이 10개가 넘었고, 수술실팀장님, 서큘레이팅 간호사 선생님과 나는 남겨진 격리폐기물통을 폐기물 전용 엘리베이터 구역으로 이송하고, 재사용 기구 등은 수술장 내 세척실로 모두 옮겼다.

0340, 모두 수고 했다는 인사와 함께 “000선생님, 금일 수술 참여로 능동감시 대상이세요, 절차는......” 라는 마지막 안내 내용까지 전달하고 이내 수술장을 나섰다.

그래! 우리가 살렸어. 응급 수술이 절실한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살렸다. 우리가!”

발걸음을 옮기며 머릿속으로 이 생각을 되 뇌이다 보니 축 늘어졌던 몸과 마음이 어느새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코로나 확진자 발생 212일째.(818일 기준)

1월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안정세를 보이다, 2월 대구 지역 집단감염, 5월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그리고 817일자 수도권 집단 감염까지... 전국 15천여 명의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누군가는 우리나라 코로나사태를 오페라에 비유해 첫 확진자 발생을 1, 대구집단감염을 2, 그리고 이태원발 수도권 집단감염을 3막의 1, 그리고 이번 8월의 수도권 집단감염을 3막의 2장으로 비유한다. 그렇다면 이 코페라(코로나오페라)는 도대체 몇 막에서 막을 내리는 걸까?



 

두렵다 무섭다. 그러나 이 위기가 곧 지나가기를 소망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애써 평정심을 가져본다.

코로나19 확진자 첫 수술을 했던 날처럼, 위기 상황에서도 환자를 살린다는 사명감으로 비오듯 흐르는 땀을 닦지도 못하고, 노출될 수 있는 위험도 감수하고 보호복을 입고 치료에 참여하는 우리의 의료진이 있기에 코페라의 엔딩씬이 머지않았기를 기대한다. 힘찬 기립박수를 준비해본다.

보이지 않는 우리의 영웅들, 의료진 #덕분에! #고맙습니다.”

 

관련 보도 기사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316534

 

 

 

 

 

"환자 도착 10분 전입니다"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lXGYSPpSq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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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금 간호사(명지병원 감염관리팀장)